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도 이례적으로 그를 향해 따끔한 질책을 쏟아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달 2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허용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2)씨의 살인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도 청구했다.
검찰은 "사람의 생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피고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러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나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계획적 살해를 부인하며 범행을 진정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이날 구형 전 이뤄진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조현병 앓은 전력, 범행 당시 정신병 약을 먹지 않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정신병 증상과 인지 장애에 의한 범행임을 강조하는 취지로 답했다.
재판장은 이런 모습에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변명하는 태도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A씨는 검찰이 범행 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검색하고, 포털사이트에서 흉기를 검색한 이유를 묻자 "일반 사람들처럼 궁금해서 검색해 사건을 검색했고, 칼은 대학 조리학과 입학 후 조리용 칼, 캠핑용 칼에 관심을 갖게 돼 검색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6년 전 사건인데 검색했다는 거냐"고 재차 묻자 그는 "구글링으로 검색했을 뿐"이라고 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김성수(31)가 2018년 10월 14일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A씨는 변호인이 사건 발생 무렵 정신병 약을 먹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정상적인 일반인처럼 행동하고 싶어 일주일 정도 약을 끊었다. 그랬더니 이(사건)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사건 당일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찾아간 이유에 대해선 "제가 자해하려는 마음을 표현하면 여자친구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과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중간중간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 결과를 거론하며 자신의 IQ가 60점대로 나와 인지 기능이 지적장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이게 피해자와 유족한테 사죄하는 태도이냐"며 변명하는 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쯤에는 이전에 비해 환각이나 환청 등 정신병적 증상이 호전돼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비교적 건전한 '심신 건전' 상태인 것으로 사료된다는 정신감정 결과가 나왔는데 말하는 태도를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일상생활 능력이 상실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꾀병의 가능성이 시사된다'는 정신감정 결과도 나온 사실을 아느냐"며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그런 태도 보이면 안 돼요. 거짓된 모습을 보이니까 꾀병 소견도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하다.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6월 7일 오후 11시 20분께 피해자(사망 당시 20세)의 주거지인 경기 하남시 아파트 인근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당일 피해자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자 집 근처로 찾아가 피해자를 불러낸 뒤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