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재학생들이 기획한 ‘교수님 ASMR’ 영상이 ‘숙면용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화제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영상 속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권우성 교수는 학교 마스코트 ‘눈송이’ 인형을 들고 영상에 등장한다. 그는 인형을 쓰다듬으며 듣기 편한 소리(팅글)와 함께 초미세 나노소재인 ‘양자점’(퀀텀닷)을 설명한다.
먼저 그는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려드린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네요. 그래도 졸지 말고 잘 집중해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댄 채 나지막이 말했다.
또 ‘월리를 찾아라[의 월리 피규어를 두드리곤 “학생들이 저와 닮았대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물리화학’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전공책을 살살 긁거나 사락사락 넘겨보이기도 했다.
그러고는 “오늘은 2023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인 양자점에 대해 얘기해보겠다”며 “제가 여기서 양자역학 강의를 할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난 7월 올라온 해당 영상은 3일 오전 기준 35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숙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교수·동문 인터뷰 등의 영상 조회 수는 1000∼5000회 수준.
숙대 재학생 영상 제작팀 ‘숙튜디오’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교수님 ASMR’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학교 측과 교수님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교수들이 시간이 나지 않는다거나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다는 등의 이유로 섭외를 거절해 영상을 촬영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창단 멤버 이지연(24)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능을 치른 뒤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수업만 들으면 잠이 잘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영상의 주인공 권 교수는 통화에서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너무 좋아 ‘졸지 말라’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ASMR 영상에 ‘졸리다’는 댓글이 달려 신선했다”고 했다. 이어 “여태 수업을 재미있게 잘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졸음을 참느라 고생한 게 아닐까 반성도 했다”며 웃었다.
누리꾼들은 ‘교수님 ASMR’ 두 팔 벌려 컨텐츠를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숙명여대생은 아닌데 숙면여대생으로 인정해주시나요, 잠은 잘 자요”, “역시 교수님이 맡으시니까 잠이 잘 온다”, “기획한 학생들도 귀엽고, 섭외당한 교수님도 귀엽다”, “이게 뭐야? 숙대 일 잘한다. 팅글 최고다”, “정기컨텐츠로 해줘라”, “근데 교수님이라 졸린것도 있지만 asmr을 잘하시는듯. 토킹에 팅글 대박” 등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