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 10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내수 회복세 맞나

상품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가 지난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의 또 다른 축인 서비스업 생산도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는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3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불변·2020년=100)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0.2%) 꺾이기 시작한 이후 10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긴 기간 감소 흐름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모습. 뉴스1

품목별로 보면 1년 이상 쓸 수 있고, 주로 고가 상품을 의미하는 내구재가 작년 2분기(0.5%)를 제외하고 2022년 1분기(-2.4%)부터 올해 3분기(-0.4%)까지 매 분기 줄었다. 특히 승용차는 올해 들어 1분기(-8.4%)와 2분기(-13.2%)에 크게 줄었고, 3분기(-1.4%)에도 감소 흐름이 지속됐다. 지난해 수요가 크게 늘었던 전기차가 올해 화재사고로 판매가 위축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가전제품도 2022년 2분기(-4.5%)부터 올해 3분기(-3.3%)까지 10개 분기째 내림세다.

 

의복 등 준내구재도 올해 3분기 4.7%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1.7%) 이후 6개 분기째 감소했다. 옷 가격 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한 봄·가을 옷 수요 감소로 의복 판매액지수는 올해 1~3분기 4%대 감소세를 보였다. 주로 1년 미만 사용되는 비내구재는 음식료품 등이 부진의 지속되면서 2022년 3분기(-1.4%)부터 9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다.

 

재화 감소세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 3분기 서울·부산 등 전국 8개 광역권·시도의 백화점 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모두 감소했다. 지역별로 경남(-8.2%), 광주광역시(-7.1%) 등이 감소 폭이 컸다. 판매 규모가 큰 서울(-3.5%), 경기(-6.8%)도 감소세가 뚜렷했다. 백화점 판매액은 전국 8개 지역에서 2분기째 모두 줄었다. 모든 시도의 백화점 판매액이 2개 분기 연속 줄어든 건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대형소매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3분기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인천을 제외한 15곳에서 감소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여행과 외식 수요 등이 늘면서 증가세를 보였던 서비스 소비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 3분기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116.2(불변·2020년=100)로 작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 이는 2021년 1분기(0.7%) 이후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내수와 밀접한 업종에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 생산은 작년 2분기(-1.1%)를 시작으로 올해 3분기(-2.1%)까지 6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숙박·음식업 역시 작년 2분기(-2.0%)부터 올해 3분기(-1.9%)까지 6개 분기 연속 줄었다.

 

내수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경기 지표도 수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보합 혹은 감소했다. 9월 동행종합지수는 7개 구성 지표 중 건설기성(-0.8)·소매판매(-0.2) 등 내수 관련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전달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정부는 3분기 설비투자가 반등한 가운데 서비스업도 증가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흐름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GDP가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내수는 예상대로 회복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3분기 내수는 반등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직전 분기 내수가 반등했음에도 1년 전과 비교해서 여전히 소비 지표가 부진하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펴낸 ‘2025년 경제전망 2024~2028’ 보고서를 통해 수출과 관련한 제조업, 서비스업 생산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와 밀접한 부분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내수부진의 여파로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부진해지며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이러한 경기 상황 변화에 대응해 노동시간을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