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피부 왜 그래?"… 감기 후 갑자기 찾아온 피부병? 2030 ‘우울증’까지 온다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발진·각질 심해 사회생활 어려움 겪어
극단 선택 비율 조현병 이어 2위 달해

환자 40% 가족력… 피부 자극·흡연 영향도
관절염 발생… 방치 땐 심장 질환 위험

최근 치료제 발전… 90%이상 개선 목표
금연·금주 등 필요… 때 밀기도 ‘금물’
“건선이 정말 심한 환자의 경우, 지나간 장소에 각질이 다 떨어져 있을 정도입니다. 팔, 헤어라인, 손 등 노출 부위에 건선이 많이 생기다 보니 주변에서 ‘피부가 왜 그러냐’ ‘너 큰일 난 거 아니냐’고 지적하고, 환자들은 모자나 장갑으로 가리는 데 급급하게 됩니다. 그러나 건선 부위를 가리면 피부가 자극되고 땀이 차면서 더 악화하게 되죠. 무엇보다 건선은 구직활동과 사회활동이 왕성한 20∼30대에 많이 발병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줍니다. 환자들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도 많이 오는 게 현실입니다.“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선은 20∼30대에 갑자기 스위치가 켜지듯 생긴다. 최근에는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 강력하게 치료를 잘하면 이 스위치를 어느 정도 다시 끌 수 있을 거라는 보고도 있다”며 “확실한 예방법과 확실한 치료제가 아직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치료의 효과가 월등히 좋아진 만큼 과거 건선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중년 이후 환자가 있다면 치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정보이사)는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건선 환자의 사회·경제적 활동 위축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건선은 피부에 좁쌀 같은 붉은색을 띠는 발진이 생기고, 그 위에 하얀 피부 각질 세포가 덮이면서 발진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질환이다. 주로 무릎, 팔꿈치, 몸통, 두피에 흔하게 발생한다. 생식기나, 손톱, 손발바닥에도 생기기도 한다.

 

건선은 완치가 없어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 

 

방 교수는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치료 효과가 낮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18년 이후 새로운 건선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목표가 상향됐다”며 “기존 1차 치료는 50∼60%밖에 효과가 없었는데, 이제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병변이 100% 없어질 정도로 결과가 좋아 90% 이상 없어지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방 교수와의 일문일답. 

 

―건선의 발생 요인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이다. 건선 환자 10명 중 4명은 가족 중에 건선이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상기도 감염, 흡연, 피부 자극, 술, 비만 등이 있다.” 

 

―감기 걸려도 건선이 촉발될 수 있다는 건가. 

 

“그냥 감기가 아니라 특히 연쇄구균에 의한 감염일 때다. 일반 감기는 기침, 가래 등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연쇄구균의 경우 열이 나고 목이 많이 아프다.” 

 

―피부 자극은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인 것이 ‘때밀이’다. 사실 피부과 의사라면 건선이 있든, 없든 절대 때밀이하지 말라고 한다. ‘때’는 우리 몸에 붙어 있는 탈락 직전의 각질이다. 각질이 기름을 함유하고 있고, 일차적으로 피부 방어막을 형성을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때를 밀면 피부 방어 능력이 굉장히 떨어진다.”

 

―건선과 아토피를 많이 착각하는데.

 

“발병 연령, 증상, 병변 등에서 차이가 난다. 아토피는 유·소아에 제일 많이 온다. 이후 성인이 되면 점점 줄어들고, ‘알레르기 질환’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알레르기 결막염 등이 복합돼서 오는 경우가 많다. 또 아토피는 가려움이 극심하다. 반면 건선의 경우 20∼30대에 ‘스위치가 켜지듯’ 갑자기 발병한다. 아토피처럼 굉장히 가렵다기보다는 은근한 가려움이고 화끈거림, 불편함이 크다. 또 아토피는 팔, 목, 오금 뒤 등 접히는 곳에 생기지만 건선은 접히는 쪽이 아닌 팔꿈치 튀어나온 부분, 무릎도 편측에 생긴다. 또 아토피는 경계가 모호해 주변이 다 가려운 반면 건선은 굉장히 경계가 명확하게 딱 떨어진다. 아토피도, 건선 환자는 각각의 가계에 알레르기 질환, 건선 질환자가 있다.” 

 

―아토피는 알레르기 질환, 건선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나뉘나. 

 

“‘자가 염증성 질환’이 정확하다. 루푸스나 류마티스질환 등 자가 면역질환은 자기 몸에서 생기는 ‘자가항체’가 있어야 한다. 건선은 특이하게 자가항체가 보이지는 않는다. 염증은 유발이 되기 때문에 아토피와 류마티스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냐 하면 류마티스 쪽에 조금 더 가깝다. 건선도 류마티스처럼 관절염이 생기고, 심한 상태로 오래 방치하면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 위험이 증가한다. 건선은 피부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신질환이라는 의미다.“

 

―우울증도 많이 오나. 

 

“몇 년 전 예방의학과 쪽 논문에서 전체 자살률을 따졌을 때 조현병이 1위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건선으로 나타났다. 암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건선이 20~30대에 갑자기 생기다 보니 이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 구직활동도, 사회생활도 어렵고 대인 관계도 어려워지다 보니 젊은 나이에 충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건선 치료가 우울증 회복에도 도움이 되나. 

 

“건선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특수 인자(인테루킨 17)가 있는데, 이것이 뇌에서는 불안, 우울증과 관계가 깊다. 건선을 치료하면 병변도 사라지고 인테루킨에도 영향을 주니 우울증도 함께 좋아질 수밖에 없다.”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선은 20∼30대에 갑자기 스위치가 켜지듯 생긴다. 최근에는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 강력하게 치료를 잘하면 이 스위치를 어느 정도 다시 끌 수 있을 거라는 보고도 있다”며 “확실한 예방법과 확실한 치료제가 아직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치료의 효과가 월등히 좋아진 만큼 과거 건선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중년 이후 환자가 있다면 치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증증 비율과 평가 기준은 어떻게 되나.  

 

“전제 건선 환자 중 중증은 10~20% 정도 보면 된다. 대표적인 기준은 PASI(Psoriasis Area and Severity Index·중증도지수)와 BSA(Body Surface Area·체표면적)다. PASI는 홍반·두께·각질의 심각도와 병변의 넓이, 부위별로 가중치를 둬서 계산한다. 산술적으로는 72점까지 가능한데, 10점 이상이면 중증이다. 기존에는 PASI와 BSA 요건을 다 채우면서 삶의 질이나 의사평가 등이 추가됐는데, 최근 세계적으로 기준을 완화하는 추세다. 대한건선학회도 PASI 10점 이상이거나, PASI 점수가 5∼10점이면서 특수 부위에 건선이 있는 경우로 합의했다.“

 

―최근 약제 발달로 100% 없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했는데 그러면 완치 아닌가. 

 

“치료 시 병변이 사라질 뿐, 약을 끊으면 재발한다. 1년 내 재발 확률이 10∼20% 정도 된다.”

 

―건선 예방이나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건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상기도 감염, 흡연, 피부 자극, 술, 비만 등이 있다. 특히 흡연은 건선 발병 위험을 2~3배 높인다. 결국 가족 중 건선 환자가 있다면 특히 금연과 금주, 체중 조절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