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로 삼삼오오 모여든 집회 참가자들이 순식간에 차도를 메웠다.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김건희를 특검하라’, ‘국정농단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비슷한 시간 민주당 집회 현장에서 약 1.5㎞ 떨어진 서울 중구 광화문 인근에선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과 이재명, 조국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종로와 을지로 일대 거리를 행진했다. 시청역 방향으로 250m 떨어진 곳에선 다른 보수단체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고, 시청역 부근 중구 대한문 앞에선 또 다른 보수단체가 집회를 벌였다.
11월의 첫 주말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온종일 이어졌다. 진보계와 보수계 시민사회단체가 맞불을 놓듯 제각기 집회를 개최하며 ‘확성기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정권 퇴진 운동과 탄핵 시도 규탄 집회가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도심 대규모 집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올해 내내, 매주 열리는 시위로 인한 교통체증과 확성기 소음으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주말에 서울 도심 공원과 고궁, 박물관·미술관 등에 나들이 하러 나온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청역 인근에서 일하는 안지훈(34)씨는 “집회는 권리지만 이 일대가 휴식하기 좋은 장소인데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확성기 소리 때문에 밖으로 나오면 불쾌한 기분이 들곤 한다”고 했다.
일부 집회에선 참가자가 과격한 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투는 등 행패를 부려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집회 참가자와 주변을 지나던 시민 간 “빨갱이 ××들 정신 못 차렸다”는 말에 “무식하면 ×치라”며 응수하는 식의 다툼이 벌어지고, 주위 사람들에 의해 제지되는 경우가 여러 차례였다.
같은 날 덕수궁 돌담길 일대에선 청소년 축제가 열려 초·중·고등학생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았는데 “빨리 지나가자”며 아이들 손을 잡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경찰이 통행을 막자 “(목적지에) 어떻게 갈 수 있냐”며 혼란스러워했다.
8월부터 주거지역 등 집회·시위 최고 소음 기준치를 5㏈ 또는 10㏈씩 낮추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소음 기준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뀐 기준은 주간 80dB, 야간 70dB 및 심야 65dB 이하다. 80dB은 지하철이 승강장에 진입하는 소음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