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 기후변화 피해 신품종 개발로 대응

순창군·롯데마트 손잡고 생산

7~8월 출하 대표 여름과일 복숭아
11월초에 따 첫 눈 올 때까지 맛봐
폭염·태풍 피해 안정적 재배 장점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든 지난달 29일 전북 순창군 구림면에선 때아닌 복숭아 수확이 한창이었다. 성인 주먹 두 개보다 큰 이곳 복숭아들은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가지마다 탐스러운 빛으로 영글어 있었다. ‘눈꽃복숭아’라고 불리는 극만생종(極晩生種) ‘설리’다. 복숭아는 통상 7∼8월에 수확하는 여름 대표 과일이지만 설리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에 수확돼 첫눈이 올 때까지 맛볼 수 있다.

고추와 두릅의 고장이었던 순창이 2017년부터 독특한 생육·출하 시기를 가진 설리를 전략적으로 경작 면적을 늘리면서 이 지역에 달콤한 복숭아 향이 가득 맴돌기 시작했다. 일반 복숭아의 기준 당도가 10브릭스인 것에 비해 설리는 최소 15브릭스 이상일 정도로 당도가 높다. 이날 아직 익지 않은 초록빛의 설리를 한 입 베어 물어도 일반 복숭아보다 훨씬 달콤한 맛이 단번에 느껴졌다. 비파괴선별기로 검사한 당도는 19∼20브릭스에 달했다.

지난 10월 29일 전북 순창군 구림면의 한 과수원에서 농민이 ‘눈꽃복숭아’ 설리를 수확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설리는 국내에서 재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희소성이 높아 백화점 같은 프리미엄 매장에서만 소량 취급됐지만 순창 지역 복숭아나무가 성목기에 점차 들어서면서 유통망이 넓어졌다. 특히 순창군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신품종 발굴과 산지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는 롯데마트와 대형마트 최초로 손을 맞잡았다. 롯데마트는 최근 몇 년 새 이상 기후로 과일 재배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맛과 재배 안정성을 향상한 신품종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실제 복숭아 재배 기간은 지난여름 폭염이 길게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2주가량 앞당겨졌다. 생육 장애와 일소(화상)·병충해 피해가 극심했다. 설리 같은 신품종은 생육이나 재배 시기가 달라 폭염·태풍 등의 재해에 강하고, 초겨울까지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승한 롯데마트 복숭아 담당 MD는 “복숭아는 개화 후 100일 이후(조생종), 늦어도 150일 내외(만생종)로 수확을 하는데 설리는 200일 이상을 키워야 하는 종”이라며 “여름철 이상 기후가 이어질 때 설리는 과실이 작아 피해가 작고, 아직 단맛이 올라오지 않아 가장 치명적인 해충인 복숭아순나방의 공격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6월 오프라인 채널 단독으로 ‘씨 적은 블랙 수박’과 ‘씨드리스 그린 수박’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씨 적은 수박’은 과피가 두껍고 씨가 적어 내열성과 내수성이 뛰어나 폭염과 폭우에도 쉽게 과육이 무르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번에 선보인 두 가지 상품은 폭염에 강한 씨 적은 수박의 강점은 유지하면서도 과피를 얇게 개선한 품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