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신이 조국을 망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해리스, 당신은 해고야!”(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민주당 후보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맞붙었다. 두 후보는 대선 전 마지막 토요일인 2일 남부 선벨트 경합주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각각 화력을 쏟아부었다.
이번 선거는 사상 최대의 초박빙 선거로 꼽히고 있어 두 후보는 경합주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여겨지는 ‘블루월’ 지역인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인 ‘선벨트’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네바다, 애리조나 등 대부분의 경합주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격차만을 보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지아 애틀랜타 유세에서 “트럼프는 (당선되면) 백악관 집무실에 정적 명단을 들고 들어갈 것이지만, 나는 당선되면 여러분을 위해 할 일 목록을 들고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복수에 집착하고, 불만에 사로잡혀 있다”고 몰아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의 이날 두 번째 유세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기 위해 재임 중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연달아 임명한 것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개스토니아 유세에서 “해리스는 비전이 없고, 아이디어도 없으며, 해법도 없다”며 “그가 하는 얘기는 도널드 트럼프뿐”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또 “카멀라는 경제에 대한 이해가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두 번째 유세였던 버지니아 세일럼 유세에선 “카멀라가 이기면 여러분은 1929년과 유사한 경제공황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전날인 금요일 저녁엔 나란히 북부 러스트벨트 유세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위스콘신 애플턴 유세에서 자신의 비전 중 하나인 중산층 강화를 강조하며 “노조가 강하면 미국이 강하다. 조합원의 임금이 인상되면 모두의 임금이 인상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같은 날 미시간 워런 유세에서 “여러분은 멕시코에서 미시간으로, 상하이에서 스털링하이츠로, 베이징에서 디트로이트로 제조업 일자리가 대거 옮겨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비전인 제조업 강화를 부각했다.
후보들은 대선을 앞둔 주말 북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며 종횡무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전 마지막 휴일인 3일 저녁엔 다시 북부 경합주인 미시간에서 유세를 진행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남북의 세 개 경합주를 가로지르며 유세를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NBC방송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 샬럿에서의 유세를 마친 직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뉴욕으로 목적지를 바꿔 뉴욕 NBC 본사에서 밤 11시30분부터 방영된 SNL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는 해리스 부통령 분장을 한 코미디언 마야 루돌프도 함께 출연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루돌프의 ‘거울 속 이미지’ 콘셉트로 대면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막판 한국 언론에 기고하는 등 동맹국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동맹 중시 외교를 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그는 이날 기고문에서 “2022년에 저는 비무장지대(DMZ)에 서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우리 동맹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의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대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이를 “동맹 폄하”로 규정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기고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한국 어머니의 삶을 자신의 어머니와 연결 짓고, 한국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마련한 백악관 축하 행사,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을 언급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등 각별한 친밀감을 표했다.
그는 기고에서 “많은 한국 어머니들처럼 제 어머니도 우리 가족에게 가능한 한 최고의 삶을 주기 위해 희생하셨다”고 적으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어머니상이 2009년 작고한 모친 샤멀라 고팔란 여사의 삶과 부합한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것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소수이긴 하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미 한인 유권자의 표심에 구애하는 측면이 커 보인다. 7개 경합주의 한인 미국 시민권자는 조지아 5만1000여명, 펜실베이니아 3만8000여명, 미시간 3만1000여명, 애리조나 1만7000여명, 네바다 1만5000여명, 노스캐롤라이나 1만1000여명, 위스콘신 1만여명 등이다. 경합주에서는 적게는 수천표에서 많게는 수만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인 유권자의 영향력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