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에 따르지 않는 학생에게 담임교사가 "일어나라"라고 말하며 신체를 잡아 일으키는 것은 학대가 아닌 정당한 학습 지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적법한 교육 과정에서 다소 물리적 힘이 가해진 것만으로는 신체적 학대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교사의 교육행위와 학대의 구분을 보다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8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던 지난 2019년 3월 오전 수업을 마치고 피해아동에게 급식실로 이동하자고 했으나 이에 따르지 않자 "야 일어나"라고 말하며 팔을 잡아 당겨 세우려고 한 혐의를 받았다.
이날 학급에서는 모둠별로 주제에 대해 토의하고 모둠 대표가 발표하는 방식의 수업이 진행됐다. 자신이 속한 모둠에서 가위바위보를 통해 자신이 발표자로 정해지자, B양은 이내 토라져 모둠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병원 놀이, 율동 등의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던 B 양은 점심시간이 됐으니 급식실로 이동하자는 A씨의 말에도 따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야 일어나"라고 말하며 B양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 했으나 B양은 말을 듣지 않았다.
A씨는 B양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급식실로 지금 데리고 갈 수가 없다. 지금 고집을 피우고 버티기 때문에 이야기도 안 듣고 자기 자리에 앉아서 버티는데 어떻게 더 힘을 쓸 수 없다"며 "다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B양 어머니의 동의에 따라 B양을 교실에 두고 다른 학생을 인솔해 급식실로 이동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화나 비신체적인 제재 등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훈육이 불가능하다"며 "신체적 유형력을 통한 지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에게 필수적인 교육활동 참여를 독려한다는 목적에 기초해 이루어진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지도 행위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어 "이 사건 조치는 피해아동에게 필수적인 교육활동 참여를 독려한다는 목적에 기초해 이루어진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에 해당한다"며 "체벌하거나 신체적 고통을 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도 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금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해아동이 오전 수업 과정에서 자신이 발표자로 선정됐다는 이유로 기분이 상해 발표도 하지 않고 이후 진행된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점, 수업을 마치고 급식실로 가자고 구두로 지시했으나 따르지 않았던 점, 피해아동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던 점 등도 고려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신체적 접촉을 배제한 수단만으로는 이러한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교사로서 가지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안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도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 관계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조치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교육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