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떼기'로 건설 근로자 임금 4억 가로챈 92명 입건

경기 평택의 한 유명 대기업 공장 건설현장에서 허위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임금 일부를 빼돌려 약 4억원을 가로챈 현장팀장 등 92명이 무더기 입건됐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울산지역 플랜트업체 현장팀장 50대 A씨와 40대 B씨, 범행에 가담한 근로자 89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의 범행을 알면서도 내버려 둔 현장소장 C씨를 사기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뉴시스

이들은 일명 ‘똥떼기’수법을 썼다. 똥떼기는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은어로, 현장반장들이 일용직 근로자 일당에서 일부를 떼고 지급하거나 뒤에 다시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A씨와 B씨는 근로자들을 채용하면서 일당이 17만~20만원인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 다음 근로자 한 명당 1만~5만원씩을 되돌려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A씨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8월까지 6400만원을, B씨는 2020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3억2000만원을 각각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챙긴 돈 대부분은 관리자들의 식비, 생활비,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들도 이런 ‘똥떼기’가 불법인 줄 알면서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서 “건설비용 증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공사가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C씨는 A씨 등으로부터 건설현장에서 안전수칙 위반 등의 문제가 생기면 안전점검원을 접대해 무마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15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똥떼기’ 수법은 건설 현장의 관행이지만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노동자들의 임금 착취와 과도한 사업비 지출로 이어져 자칫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