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칼럼] 혼돈의 정치, 사법부가 중심 잡아야

尹 대통령 지지율 10%대 추락에
이재명 대표도 1심 선고 최대 위기
野 “특검, 탄핵, 개헌” 총공세 나서
법률 적용엔 누구도 예외 없어야

혼돈의 11월이다. 미국 대선이 그렇듯, 국내 정치 상황도 예측 불허다. 2년 6개월 전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은 두 정치인이 모두 위기에 몰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선거법 위반,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부인 김혜경씨의 선거법 위반 1심 선고는 14일 열린다. 10일 임기 반환점을 지나는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정치적 그로기’에 내몰리고 있다. 민주당은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공언한 상태다.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지난 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낙선하고 차기 대선 출마가 확실한 유력 정치인의 정치 생명이 사법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이 대표로서는 두 사건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는 게 최상의 결과일 것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검찰 정권’의 무리한 정치적 기소일 뿐이라면 무죄가 나지 말란 법도 없다. 문재인정부 시절 이뤄진 사법농단 의혹 수사의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수사기록 17만쪽의 ‘트럭 기소’에도 지난 1월 1심에서 4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지 않았던가.



법조계 인사 얘기로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성남시장 시절 산하단체의 수장이나 본부장도 아닌 처장을 놓고 알았느냐, 몰랐느냐는 판단은 갈릴 수도 있다. 자신이 관련된 재판의 핵심 증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대로 말해 달라”고 말한 건 다르다고 한다. 사실이 사실이라면 사실대로 말해 달라고 수차례 전화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대표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을 뿐이다. 법원 판결에 승복하느냐, 불복하냐가 아니다.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사법 절차를 최대한 늦춰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게 첫 번째 선택지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 재임 기간을 앞당겨 조기 대선으로 가는 선택지다. 대통령이 스스로 또는 강제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헌법 84조 논란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4·10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소환한 헌법 조문이다.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가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진행 중인 소송까지 포함하는지를 놓고 여야의 법 해석이 극명하게 갈린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전제로 한 법리 논쟁이다.

민주당은 11월 특검 추진, 대규모 시위, 사법부 압박 등 온갖 화력을 쏟아부을 태세다. 당 공식 입장은 아니라지만 주요 인사 입에서 대통령 ‘탄핵’과 ‘하야’ 같은 단어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주말 거리집회에서는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김민석 최고위원),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이언주 최고위원), “윤석열 정권을 내려야 한다”(김병주 최고위원)는 험한 말까지 오갔다. ‘김건희 특검법’ 관철을 내세워 이 대표 1심 선고 전날인 14일까지 릴레이 밤샘농성을 이어간다고 한다. 15일에는 “이재명을 지킵시다. 서초동으로 모입시다”라면서 법원 앞에서 대규모 여론전을 열 것을 예고했다.

혼돈의 정치 상황이 아니라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남았을 것이다. 지지율이 10%대로 주저앉을 정도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크다 보니 그냥 묻혀간다.

법치를 공언하고서도 법치를 무시하는 듯이 대응한 윤 대통령이 자초한 상황이다. 김 여사 의혹에 조기에, 제대로 조처를 하지 못했다. 거기에 검찰의 좌고우면이 혼란을 가중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만 하더라도 4년 반이나 끌 일인가.

이제는 사법부에 책임이 주어졌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신속한 재판이 필요하다. 1심 결론이 유죄든 무죄든 간에 항소심, 상고심 할 것 없이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이미 1심에서 충분히 심리한 터라 오래 끌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선거법은 26개월, 위증교사는 13개월 만에 이뤄지는 1심 선고가 아닌가.

혼돈의 정치 속에서 사법부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것은 이 대표뿐이 아니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