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수주 ‘잭폿’으로 배를 만들 빈 도크가 없을 정도의 호황을 누린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올해 모처럼 만의 동반 흑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 올해 빅3에 분 훈풍이 내년에 삭풍으로 급반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적 선복 과잉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국 조선사의 저가 공세 등이 매섭기 때문이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3사는 3분기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3분기 39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256억원, 1199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선업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우려된다. 이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5년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42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올해(5900만CGT) 대비 29%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내년 수주량은 올해(1050만CGT)에서 약 10% 감소한 950만CGT로 추정된다.
특히 한국 조선사의 주력 상품이자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표 격인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량 감소가 조선 3사에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올해 국내 수주 물량의 상당량을 채운 카타르 LNG선 물량이 추가 신규 움직임이 없다. 여기에 용선료 하락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까지 가세해 LNG선 발주량은 2018년 이후 최소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수주점유율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영국 조선해운시황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31.7%에 달했던 한국의 수주점유율은 지난해 20.9%로 10%포인트 이상 급락한 뒤, 올해 9월 기준 18%를 기록 중이다. 반면 2022년 51.6%였던 중국의 점유율은 올해 9월 기준 70%에 육박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의 파상 공세를 국내 기업들이 홀로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며 “현재 과열된 조선사 간 소모적 갈등은 줄이고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한 연구·개발(R&D)로 중국과의 초격차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