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지하도서 사흘 버텨… '기습 폭우' 스페인 기적 생환

침수 지하도 갇힌 女 사흘 만에 구출
위기 이웃 구한 시민 활약상 잇따라

최근 기습 폭우로 200명 넘게 숨진 스페인 남동부에서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발렌시아시 당국은 침수된 지하도 속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사흘간 갇혀 있던 여성 1명을 구출했다.

3일(현지시각) 스페인 카타로하에서 홍수 피해 복구 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들이 매몰됐던 차량을 치우고 있다. AP뉴시스

구조 당시 근처에서 일하던 응급구조대원들이 “의사, 의사” 하며 외치는 소리를 들었고,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겹겹으로 포개진 자동차들 더미 안까지 추적해 들어간 끝에 생존 여성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위기에 빠진 이웃을 구해낸 ‘시민 영웅’들의 활약도 빛났다. 발렌시아주 알발 지역에서는 급류를 피해 근처 건물에 매달려 있던 한 남성을 구하기 위해 주민들이 발코니에서 침대 시트를 던져 그를 끌어올렸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이번 수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피해 현장을 찾은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수재민들에게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스페인 국왕, 수해현장 찾았다 진흙·욕설 ‘봉변’ 3일(현지시간)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덮친 스페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펠리페 6세(가운데)를 향해 성난 국민이 진흙 덩이를 던지자 경호원들이 우산으로 보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파이포르타=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등과 함께 파이포르타를 방문했다. 성난 주민들은 이들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으며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라고 소리쳤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며 국왕을 향해 물체를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외신은 전했다.

스페인 당국은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했으며 수십 명이 실종됐고, 약 3000가구가 여전히 단전 상태라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