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 의사 낀 37억대 보험사기단 덜미

허위 진단서로 보험금 타내
설계사·브로커 등 46명 검거

생명보험에 여러 건 가입한 뒤 병원으로부터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타 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기 행각에는 병원 직원 출신 보험설계사와 중간 브로커들뿐만 아니라 현직 의사·한의사도 다수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보험사기 일당 46명을 검거해 범행을 주도한 보험설계사 A(40대)씨와 의사 B(30대)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브로커 등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전북경찰청 전경.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년여 동안 상담 등을 통해 모집한 피보험자들을 뇌·심혈관 질환 보장 보험상품에 집중 가입시킨 뒤 의사들과 짜고 허위진단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21개 보험사로부터 총 3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험사가 심사 과정에서 중복 가입이나 질환을 의심해 재검진을 결정하거나 지급을 보류한 보험료도 23억원에 달했다.



A씨는 과거 병원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뇌·신경 관련 질환의 경우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1회 진단만으로 원인을 쉽게 규명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피보험자들을 범행에 이용했다. 그는 이들이 여러 개 보험에 가입토록 한 뒤 보험금까지 일부 대납해 주며 자신이 관리하는 의사나 한의사, 사무장 등의 병원으로 데려가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게 했다. 이렇게 해서 피보험자들이 받은 보험금은 1인당 최대 3억5000만원에 달했다.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한의사는 진단비와 의료급여 수급, 수령 보험금 분배 등으로 병원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은 총 6곳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