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과 송어 즐기는 논산의 가을
이른 아침 100인분의 케이터링 음식을 차에 싣고 논산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눈이 부신 따뜻한 가을 햇살과 창문 너머 넘실거리는 붉은 단풍 덕분에 가슴이 설렌다. 논산은 처음이지만 왠지 처음 온 동네 같지가 않다. 오래전 입대하는 친구들이 처음 마주하는 곳이 논산 훈련소였고 논산 딸기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논산이 이상하리만큼 친근감이 든다. 논산 시내를 거쳐 양촌으로 들어섰다. 시골 같지 않게 도로와 길목들이 말끔하게 잘 정리돼 있었다. 오늘의 행사는 2대째 한국 와인을 빚는 ‘양촌 와이너리’에서 열리는 와인과 함께하는 음악회로, 나는 감과 송어로 만든 요리를 손님들께 내어드리는 역할을 맡았다. 논산은 딸기만큼 감도 유명하다. 감으로 만든 와인과 보드카는 양촌 와이너리의 자랑이다.
◆양촌 물바위 송어장 송어 비빔회
행사가 끝나니 긴장이 풀려 허기가 밀려온다. 요리사의 시간은 손님 모두의 식사가 끝나고 시작된다. 양촌 와이너리와 붙어 있는 물바위 송어장은 이미 근방에서 꽤 유명한 맛집이다. 송어보다 연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송어를 먹으러 먼 거리를 가는 것이 늘 의아했는데 정작 물바위 송어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의 만족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행사 내내 군침이 도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행사장 정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가게 내에 맴도는 깻잎 향의 매운탕 냄새가 아찔하게 후각을 자극한다. 물바위 송어장의 메뉴는 심플하다. 송어 비빔회와 송어 매운탕이다. 주문을 하면 주방에선 그때부터 송어를 손질한다. 송어가 준비되는 동안 송어 껍질 튀김이 나오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영락없는 술안주다. 정갈한 반찬들이 깔리고 곧 붉은 빛의 먹음직한 송어 비빔회가 나왔다. 식감이 톡톡 터지는 들깨와 신선한 야채 위에 수북한 송어가 그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음식 그대로의 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감탄을 하면서 어느덧 나도 모르게 송어에 손이 가고 있었다.
송어는 민물고기이기에 어쩔 수 없는 특유의 향이 있다. 송어회를 싫어한다면 아마 이 민물냄새 때문 아닐까 싶다. 그런데 콩가루, 초고추장, 통들깨를 곁들이는 물바위 송어장의 충청도식 송어회는 매우 인기가 높다. 난 송어회의 은은한 민물향도 즐기지만 이렇게 통들깨, 콩가루를 얹어 먹으면 입안 가득 들어오는 고소한 그 맛이 또 별미다. 쫄깃한 송어와 야채의 아삭한 식감을 즐기며 먹다 보면 어느새 그 많은 송어회가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송어 코스는 이게 끝이 아니다. 깻잎 가득한 송어 매운탕은 오늘 식사의 화룡점정이자 이곳이 나중에도 생각날 수밖에 없게 해주는 그런 맛이다. 얼큰하면서도 향이 깊은 송어탕은 가격도 3000원으로 송어 비빔회를 먹은 후 무조건 즐겨야 하는 메뉴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계절이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멀리까지 찾아오는 물바위 송어장의 송어회를 먹어보니 연어보다 송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송어
송어는 모양이 연어와 비슷하다. 연어의 살이 핑크빛이라면 송어는 조금 더 붉은 빛을 띠고 있다. 송어와 연어의 살이 둘 다 붉은 계통 색을 띠고 있어 붉은살생선으로 오해하지만 이 두 생선은 다 흰살생선에 속한다. 연어는 고소한 반면 많이 먹으면 느끼하지만 송어는 씹는 맛과 더불어 담백해서 먹는 내내 질리지가 않는다. 특유의 민물냄새에 익숙해진다면 그런 별미가 또 없다. 들기름이나 들깻가루, 초장 등을 더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송어를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좋은 것은 신선한 상태에서 회로 즐기는 것이다. 다만, 양식이 아닌 자연산 송어는 날로 먹었을 때 기생충 감염을 주의해야 한다. 송어는 버터와 허브를 넣어 천천히 구워 먹기도 하는데 레몬즙을 더하면 민물냄새를 확 잡을 수 있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