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시신을 냉동고에 1년 넘게 보관했다 자수한 아들이 아버지가 이혼 소송 중이었는데도 사망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에서 타살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이천경찰서는 70대 남성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인에 이를 만한 외력 손상(두개골 골절 및 장기 손상 등)은 확인되지 않으며, 신체 타박상 등은 식별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부검 결과를 전달받았다.
국과수는 “심장 동맥경화(석회화 진행)가 심해 심장마비 및 급성 심장사로 사망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콩팥의 위축된 상태로 수신증을 보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다만 국과수는 이를 사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어 정확한 결론은 정밀검사 이후 논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1차 구두 소견상 타살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으나, 향후 약독물 및 알코올 검사, DNA 감정 등 추가 검사를 통해 명확한 사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사체은닉 혐의로 A씨의 외아들 40대 B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B씨는 지난해 9월 혼자 사는 아버지 A씨의 집에 방문했다가 A씨가 숨진 것을 확인했으나, 사망 신고를 늦춰야 할 필요성이 있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지난 1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할 때까지 1년2개월여간 A씨의 시신을 비닐에 감싸 집 안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왔다. 사회적 관계가 사실상 단절돼 있던 A씨는 사망 1년 후인 지난달에서야 친척에 의해 실종 신고가 됐다. B씨는 이후 경찰의 실종 수사가 본격화하자 아내와 상의 끝에 자수를 결정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7월 배우자이자 B씨의 의붓어머니인 C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냈고,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에도 수십억대 이혼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는 C씨에게 아버지가 살아있는 척하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수차례 약속을 잡았다 취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A씨 사망으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범행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