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숨진 인천의 초등학교 소속 30대 특수교사는 학생 수가 법정 기준을 초과한 과밀 특수학급에서 고강도 교육 노동을 하거나 과도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등 매우 열악한 업무환경에 방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을 포함한 교육위 의원들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인천교사노동조합과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교사 A씨의 사망을 “특수교육 현장의 총체적 문제가 내포된 대표적 사건”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사망한 A교사는 올해 3월부터 모 초등학교 특수학급을 맡게 됐다.
애초 해당 학교에는 특수교사 2명이 각각 특수학급 1개 반을 맡았는데, 올해 초 학생 수가 6명으로 줄면서 A교사가 1개 반을 전담했다.
그러다 지난 3월과 8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1명씩 모두 2명이 추가로 전학을 오면서 과밀학급이 됐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초등학교 특수학급 1개 반 정원은 6명이다.
A교사는 자신이 맡은 학생 8명 외에도 통합학급에 있는 특수교육 학생 4명도 수시로 지도했고, 여기에 행정업무까지 함께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통합학급 소속 일부 장애학생들이 통합학급반에 돌아가지 않고 하루 종일 A씨가 전담하는 특수학급에 머물면서 주 29시간의 수업 시수를 꽉 채운 고강도 노동을 감당했다. 초등학교 교사의 주 평균 수업 시간 시수는 20시간, 중고등학교는 주 15~18시간 내외다.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쉬지 않고 5일 내내 수업하면 30시수”라며 “교사는 수업만 있는 게 아니라 행정업무도 맡아야 해 고인은 쉬는 시간 없이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업무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고인이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받은 정황도 파악됐다.
전국특수교사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학부모로부터 밤 10시에 연락을 받거나 아파트 앞까지 와서 자신의 자녀를 등하교시키라는 요구를 받는 등 과한 민원에 시달렸다. A교사는 생전 인천남부교육청에 여러 번 ‘도와달라’, ‘살려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조위원장과 이주연 인천교사노조위원장은 “민원을 중재해야 할 학교는 오히려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민원을 그대로 수용하라며 관리자 역할을 방기했다”고 꼬집었다.
교육계에서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기간제 교사 투입 등 특수교원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배치를 담당하는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과밀학급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특수교육운영위에서는 학생의 장애 특성과 개별 요구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거나 학부모 민원에 따라 학생 배치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숙 의원은 “이번 사건은 모든 특수교사에게 예외 없는 문제이기에 더욱 비통하다”면서 “비극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특수교육 시스템 확립, 특수교사 정원의 획기적 확대와 교사의 본질 업무 회복 등 교육공동체의 책임성 회복을 위해 윤석열 정부에서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