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영향으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42억달러 넘게 줄며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환차익을 보기 위한 투자자들도 늘어나면서 주요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도 5개월 만에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6억9000만달러로, 9월 말(4199억7000만달러)보다 42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 달러화 강세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감소했고, 분기 말 효과가 소멸하면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화가 10월 중 약 3.6%(미국 달러화 지수 기준) 평가 절상(가치 상승)된 탓에, 달러로 환산한 기타 통화 외화자산 금액 규모가 줄었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달러 예금 잔액도 급감했다. 환차익을 노리는 법인·개인이 달러를 내다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06억7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약 32억18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감소폭은 올해 1월(32억7300만달러) 이후 가장 컸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5개월 만이다. 달러 예금은 올해 들어 5월까지 감소했으나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자 안전자산인 달러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늘어나서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낮아졌으나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307.8원에서 지난달 25일에는 1388.7원을 기록하며 한 달 사이 80원 넘게 상승했다. 같은 날 장 중 한때는 1390원대까지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