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서울 종로구에서 보쌈집을 운영 중인 이모(67)씨는 5일 “넉달 전에 직원 3명 중 2명을 내보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북적이던 가게는 불경기 장기화로 인해 ‘텅’ 비기 일쑤다. 이씨는 “물가와 공공요금은 오르고 손님은 없는데 직원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지 않냐”며 “힘들어도 내가 움직여야 빚을 줄일 수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2020년부터 최저임금보다 열악해진 개인사업자의 소득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늘어나는 개인사업자와 온라인쇼핑 강세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쓰나미로 매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개인사업자의 연평균 종합소득세 신고액은 1938만755원으로 월 소득으로 환산 시 161만5062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시 최저임금(191만4440원)보다 30만원가량 적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개인사업자의 소득을 넘어서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이다. 2019년 개인사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176만2417원으로 최저임금(174만5150원)보다 살짝 높았으나, 2020년 170만7603원으로 떨어지며 이와는 반대로 인상된 최저임금(179만5310원)에 역전당했다. 이후에도 개인사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지속해서 하락하며 최저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커지는 추세다.
개인사업자의 소득이 갈수록 줄어드는 배경에는 과당경쟁이 자리한다. 개인사업자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530만9000건이던 개인자영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는 2021년 656만7601건으로 껑충 뛴 뒤 이듬해인 2022년에도 723만1813건으로 10%가량 증가했다. 3년 만에 36% 이상 증가한 셈이다. 사업 경쟁자는 늘어나는 데 반해 경기침체로 소비력은 오히려 떨어지니 소득 악화로 귀결되는 것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소비 구조도 한몫한다. 부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를 감당해야 하며 개인사업자 주머니 사정이 악화했다. 온라인쇼핑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며 지난해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1차(705만명)에 이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954만명)의 은퇴 행렬로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시작된 1000만명에 육박하는 2차 베이비부머(1차 1955~1963년생, 2차 1964~1974년생) 세대의 은퇴 행렬은 단일 세대 최대 규모다. 또한 한국은 2009년 이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 1위다.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과 소득대체율은 각각 40.4%, 31.6%로 OECD 회원국 평균(14.2%·50.7%)보다 훨씬 열악하다. 노후를 창업 등 ‘개인기’로 돌파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재 개인사업자 과포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퇴직은 빠른 반면 기대수명은 늘어나니 먹고살기 위해 사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겠냐”며 “이들을 위한 고령 일자리와 재취업 교육, 폐업 지원 등 선택지를 넓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배민 등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을 정부가 조정하고, 자영업자 한정 최저임금이나 공공요금 등을 차등 적용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부남 의원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시기 이후 내수침체, 과당 경쟁 등으로 소득감소를 겪어 어려운 시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물가, 고금리 등이 덮친 지난해 소득 추이도 곧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