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나올라”…‘흉물’ 전락한 수원시의회 신청사 [오상도의 경기유랑]

수원시의회, 560억원대 단독청사 건립…‘산 넘어 산’
시공사 한 곳 공사 포기로 중단…공정 75% 표류·방치
공사 재개 가능성 도마 위에…수원시 vs 시공사 대립
市 공사 재개 추진…법적 다툼 속 시공사 재선정 절차
가처분 기각 이어 즉시 항고…손해배상 다툼 번질 듯

급작스러운 공사 중단으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경기 수원시의회 신청사 건립이 재추진된다. 수백억원이 투입되며 ‘호화청사’ 논란이 일었던 이 건물은 시공사 중 한 곳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앙상한 골조만 드러낸 채 반년 넘게 방치된 상태다.

 

수원시는 새로운 시공사를 구해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공정률 75%를 넘긴 현장에 다른 건설사가 들어와 기존 유지보수 비용까지 떠안고 공사를 이어갈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원시의회 신청사 건설 현장에 그려진 조감도. 오상도 기자

6일 수원시는 시공사 측 문제로 중단됐던 시의회 신청사의 건립 공사 재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팔달구 인계동 신청사 건립 공사는 애초 동광건설과 삼흥이 공동 시공을 맡아 진행하다가 동광건설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올해 4월 중단됐다. 동광건설이 공사를 포기하면서 공정 자체가 틀어진 것이다.

 

공사 현장은 파란색 가림막과 낙하물 방지망이 둘린 채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전펜스 위로 앙상한 건물 골조가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다. 시민들은 “음식점이 몰린 번화가에 방치된 9층 건물이 흉물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시의회 신청사는 2021년 11월 기공식을 열고 화려하게 첫 삽을 떴다. 560억원을 들여 지하 3층, 지상 9층, 연면적 1만2539㎡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던 이 건물의 건축주는 이재준 수원시장이다. 바로 옆 시청과 구름다리 형태의 건축물로 연결될 시의회 신청사는 비슷한 규모의 인근 지자체 시의회 청사와 비교해도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치된 수원시의회 신청사 건설 현장. 오상도 기자

결국 동광건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공사가 멈춰 섰고, 시는 두 시공사 모두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에 삼흥은 계약 해지에 따른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 업체는 공사 재개를 위한 협의 과정에서 시가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한다. 협의가 진행된 시점에선 하도급 업체들이 떠나버려 공사 재개가 불가능했다며 공사 기간 연장, 설계 변경에 따른 증액 등을 요구했으나 시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법원은 해당 업체가 낸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시공사 측은 곧바로 항고했다. 이어 손해배상까지 폭 넓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는 올해 말까지 동광건설과 삼흥에 대한 공사비 정산을 마무리한 뒤 곧바로 새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시공사 측의 법적 대응에 상관없이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새 시공사 선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하반기 완공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수원시청. 수원시 제공

다만, 시공사 재선정으로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신청사 건립까지는 계획보다 1년 이상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 역시 공사 지연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지방자치단체가 수주 업체 선정 과정에서 최저가 가격 평가 외에도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낙찰자의 전문성과 시공능력을 직접 판단할 수 없는 현행 지방계약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얘기다.

 

추첨 이후 지자체가 시공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만 이 경우 ‘특정 업체 밀어주기’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현실을 고려한 관련 법령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