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화재경보기가 설치되어 있어도 경보음을 무시하거나 안일하게 생각하여 정작 화재가 발생할 때 적시 대응에 실패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국가도 합계출산율 저하, 청년실업 증가, 과학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보 신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국무부(2023년)에 따르면 고급인력취업이민비자는 한국인 5684명에게 발급되었다. 이는 국가별로 4번째이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에 혁신 기회가 부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벤처 비즈니스 생태계가 미흡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하게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성장동력 창출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마련은 국민적 큰 관심이므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같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여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논의나 제정이 추진되는 법률안은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산업진흥 이슈보다 다른 이슈에 매몰되어 있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리처드 해밍은 도전 가치가 있는 핵심과제를 적정한 시기에 제대로 된 방법(right problem, right time, right way)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인공지능 분야는 다른 분야와 연계성이 높고 생산성 증대 효과도 크기에 국가도 핵심역량을 투입해서 지금 육성해야 할 기간산업이라고 본다.
산업화 시대는 농업 중심이었던 경제 구조가 제조업으로 옮겨가면서 일자리의 중심은 도로와 철도, 항공 등 물류 및 교통 인프라가 지탱하는 제조업과 중공업에 집중되었다. 지난 20년간은 전자상거래, 금융, 게임, 영화 등의 서비스 업종이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였다. 우리가 초고속통신망을 빨리 구축한 덕분에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산업 발전이 이루어졌다.
배상록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