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들의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최대 65세로 연장하기로 한 뒤 부처 산하기관 등 곳곳으로 정년연장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은 특정 업무직에 국한한 것으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이뤄지는 논의와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
6일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최근 경비직, 조리직 등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특정 업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4명 정도인 환경미화직의 정년은 65세인데 그 외 특정 업무직의 정년은 60세로 이를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술원 관계자는 “경비직, 조리직이 각각 4명씩 근무 중인데 이런 특정 업무직 정년을 미화직과 동일하게 65세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행안부의 최근 결정이 기폭제가 됐다”고 했다. 지난달 행안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논의의 불씨를 댕겼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은 지난달 인사 정관을 개정해 60세였던 교수 정년을 65세로 올렸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원인 대학교수의 정년은 65세인데 폴리텍은 별도 정관을 통해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낮췄다. 2005년 10월 고용부가 발표한 ‘공공훈련인프라 혁신방향’에 따라 인사 시스템을 혁신한다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다른 대학과 교수 정년이 5년 차이가 나 유능한 교수를 채용하는 데 불리하다는 내부 의견이 계속됐고, 결국 ‘정년 65세’로 회귀하는 길을 택했다.
행안부를 포함해 최근 공공기관에서 일어나는 정년연장 움직임의 공통점은 비용 부담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무직은 정년이 보장된 무기 계약직인데 대다수가 미화를 포함한 시설관리직이다. 시설관리직 대부분은 호봉제가 아닌 일의 중요도나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직무급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신입 근로자와 경력이 오래 쌓인 근로자 간 임금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반면 경사노위 내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의 계속고용 논의는 속도가 더디다. 기업들의 비용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전날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를 보면 기업 67.8%가 정년이 연장될 경우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 ‘연공·호봉급 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의 55.2%가 호봉급을 도입했고, 1000인 이상 사업장은 그 비율이 68%에 달한다.
계속고용위원회에서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이 법정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속고용 논의의 전제로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경영계와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노동계는 지난달 17일 열린 7차 회의에서 ‘중소기업 먼저 단계별 정년연장을 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서 고령 인력 수요가 더 크고, 인적 자원 확보 면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비교해 더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노동계가 해당 안을 제안한다고 해도 경영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경영계는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임금체계 개편 없는 법적 정년연장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