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 갈란트 국방장관 내친 네타냐후… 이스라엘 내부 동요

13개월째 가자 전쟁 진두지휘
전후 계획 등 놓고 수차례 충돌
“몇 달간 신뢰 금갔다” 전격 경질
후임엔 ‘안보 강경파’ 카츠 외무

네타냐후 최근 기밀 유출로 ‘궁지’
리더십 위기 속 극단 조치 분석
야권·인질 가족들 해임 반발·시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방침 등을 놓고 충돌해 온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최근 기밀 고의 유출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중 장수를 바꾸는 극단조치를 통해 국면 전환을 노리는 모양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5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에서 갈란트를 해임하고 후임 국방장관 자리에 카츠 외무장관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13개월째 줄곧 가자지구 전쟁을 지휘해온 인물로,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집권 리쿠르당 소속이다.

 

“네타냐후 사퇴하라” 5일(현지시간)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해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도로 표지판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전쟁 국면에서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정적’ 갈란트 장관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강경파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을 지명했다. 텔아비브=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전쟁 중에는 그 어느 때보다 총리와 국방장관 사이에 완전한 신뢰가 필요하다”며 “전쟁 초반 몇 달간은 저와 국방장관 사이에 신뢰가 존재했고 업무에 성과도 거뒀으나 지난 몇 달간에는 이 신뢰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또 갈란트 장관이 전쟁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고, 내각의 결정에 반하는 결정과 발언을 내놓곤 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간극을 메우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이는 점점 더 벌어지기만 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적들도 이 상황을 즐기고 많은 이득을 봤다”라고도 했다. 이는 갈란트 장관이 종종 공개적으로 자신에게 반기를 든 것을 비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외신은 갈란트 경질이 네타냐후의 리더십 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경질은) 이스라엘에서 새로운 국가 안보 스캔들이 전개되는 가운데 내려졌다”며 “이스라엘 당국은 기밀문서를 불법 입수해 미디어에 유출한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실 전 대변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 발표 약 10분 전 갈란트 장관을 직접 만나 몇 분간 짧게 대화한 뒤 해임통지서를 건넸으며, 이로부터 48시간 뒤 갈란트의 국방장관 임기가 종료된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와이넷이 전했다. 갈란트 장관은 경질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항상 내 인생의 사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해임에 항의하며 도로를 차단하고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네타냐후 총리의 갑작스러운 갈란트 장관 경질에 이스라엘 내부는 동요하는 모습이다.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낡은 생각에 젖은 갈란트는 승전을 거둘 수 없다”며 “해임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하는 입장을 냈지만,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총리는 “전쟁 중 갈란트 경질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의 가족 등은 이날 저녁 거리로 나서 아얄론 고속도로를 막고 갈란트 해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후임 국방장관 지명자인 카츠 장관은 안보 사안에 있어서 강경파로 분류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당 소속 카츠 장관을 ‘불도저’로 표현하며 “5년간 외무부·재무부·정보부 장관을 지냈고, 오랫동안 안보내각의 일원으로서 국가안보에 대한 역량과 헌신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카츠 장관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비난하지 않았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가 하면, 하마스를 옹호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과거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수차례 비난한 인물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연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하는 중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군 전투기가 시리아 서부의 레바논 접경 도시 쿠사이르에 주둔하던 헤즈볼라 군수 부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헤즈볼라 정보본부 시설을 공습했고, 지난 3일에는 시리아 영토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이란 연계 조직의 첩보원 알리 솔레이만 알아시를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