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스타벅스 로스터리 유치 물건너 가나

실무진 협의 4개월째 ‘지지부진’
문예계, 역사·문화공간 활용 촉구
이장우 시장 “연내 유치 여부 결론”

대전시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대전 유치 추진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대전시의 일방적 요청에 불과한 ‘반쪽짜리 추진’에 그치고 있다. 본격 유치 추진에 나선 지 4개월째 실무진 협의에 머무르면서 대전 유치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6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부터 대전 중구 은행동 옛 대전부청사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유치에 나섰다. 로스터리 매장은 커피를 직접 볶는 고급형 특수매장으로 미국 시애틀·시카고·뉴욕과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이틸리아 밀라노 등 전 세계에 6곳밖에 없어 상징성과 희소성이 크다. 그만큼 스타벅스 시애틀 본사에서도 매장 오픈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터리 매장을 내려면 해당 국가 법인의 입점 요청에 따른 본사 승인이 있어야 한다.  

 

로스터리 매장 유치 제안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6월 말 미국 출장 중 시애틀 시장과 면담 과정에서 스타벅스 본사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이 시장은 “원도심 중심에 있는 옛 대전부청사 건물은 성심당과 직선거리로 50m에 불과하다”며 “스타벅스 로스터리를 부청사에 입점시키면 원도심 경제활성화는 물론 관광벨트로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스타벅스 본사와의 본격적인 협의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시는 스타벅스코리아 측에 공식 유치 제안서도 내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무진 구두 논의만 3차례 정도 했다”며 “미국 본사에 보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올 2월 민간 소유였던 옛 부청사를 342억원에 매입했다. 1972년 사유재산이 된 후 52년 만이다. 시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켜 2026년 6월 개관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이 시장이 스타벅스 로스터리 입주를 추진하면서 해당 계획은 보류된 상태다.  

 

문화예술계는 옛 부청사를 역사·문화적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옛 부청사가 시민과 소통공간이니만큼 어느 정도 소비공간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로스터리 유치도 부정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시가 로스터리 유치에 매몰되면서 다양한 활용안들이 흐려진 부분이 있다”며 “문화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당초 기능을 확장시키는 활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올해 말까진 로스터리 유치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옛 부청사 복원·보수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스타벅스 입장만 막연히 기다리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스타벅스코리아 측 의지가 없다면 다른 활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