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측근들과 개표 방송을 시청하다 자정무렵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지지자들이 모인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로 향했다. 이후 6일 오전 2시30분쯤 지지자들 앞에 나타났다. 그가 “미국 국민을 위한 장대한 승리이며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미국?USA)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등 가족?측근들과 함께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나는 우리 자녀와 여러분이 가질 자격이 있는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미국을 만들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진정한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고, 하원 다수당 지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우리에게 전례없고 강력한 권한을 줬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나는 간단한 좌우명으로 통치하겠다. 그건 ‘약속한 것은 지킨다’는 것”이라며 “미국을 다시 안전하고 강하고 번영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며 무엇도 내가 여러분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선거 불복 사태로 ‘분열의 아이콘’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이제는 지난 4년간의 분열을 뒤로하고 단결할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우리나라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튼튼하고 강력한 군대를 원하고, 이상적으로는 군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그들은 내가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끝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를 도운 사람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수지 와일스와 크리스 라시비타, 멜라니아, 딸 이방카 트럼프, 아들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며느리 라라 트럼프 등 가족들이 하나하나 거론됐다. 그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부인 우샤 밴스도 직접 소개했다. 특히 그를 전폭적으로 도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선 “우리에게 새로운 스타가 있다. 일론이라는 스타가 탄생했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선언 직전 친트럼프 매체 폭스뉴스가 핵심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다른 언론사들은 펜실베이니아에서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확정적으로 보도하지 않을 때였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 시점이 빠르게 승리 선언을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는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됨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민심을 잃은 탓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쉽지 않은 팬데믹 극복을 이뤄냈는데 “경제를 망쳤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억울해하지만, 미국인들의 입장에선 식료품, 유가 등의 상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공격해왔지만 미국인들에겐 민주주의보다는 경제가 더 시급한 과제였던 셈이다. 또 남부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불법 이민에 대한 반감이 증폭돼온 것도 미국인들이 트럼프 시대 회귀를 원하게 된 주요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가 걸출한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주된 승리 요인으로 분석된다. 첫 임기 내내 온갖 논란에 휘말려 두 차례 탄핵 재판을 받고,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사기’를 주장하다 전 세계 조롱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재기에 성공한 것은 그의 독보적인 능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 대중의 감정을 읽고 원하는 얘기를 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며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는 능력이 고령의 나이에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
9월 TV토론에서는 논리성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밀렸지만, 다수의 미국 대중에겐 논리력보다는 이 같은 능력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유세 중 총격을 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Fight)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첫 번째 총격 직후 그를 본격적으로 지지하고 이전부터 꾸준히 ‘돈줄’이 돼온 머스크의 역할도 적지 않다. NYT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봄 공화당을 돕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만들어 최소 1억19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