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왜 레오(쿠바)와의 재계약을 포기한걸까. V리그 역대 남자부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레오와의 4년째 ‘동행’을 택하지 않았던 OK저축은행이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명백한 실수를 자인하는 행보다.
OK저축은행은 마누엘 루코니(이탈리아)를 대신할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폴란드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크리스티안 발쟈크(등록명 크리스)를 영입했다고 7일 밝혔다.
OK저축은행은 2021~2022시즌부터 지난 2023~2024시즌까지 레오와 함께 했다. 과거 삼성화재 시절(2012~2015)의 20대 초반의 강력함은 아니었지만, 트라이아웃 제도 하에서 뽑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냈다. 오픈 상황에서 쓰리 블로킹이 붙어도 타점으로 뚫어내거나 상대 블로킹을 이용해 쳐내거나 하는 등의 노련미는 과거보다 나아진 모습이었다. 서브 능력은 과거 삼성화재 시절엔 약점이었지만, OK저축은행에서 뛴 3년 동안은 V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에 부임한 오기노 감독은 레오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싫어했다. 범실을 지양하는 오기노 감독의 배구 철학과 레오가 부딪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레오의 공격 점유율을 극도로 끌어올린 이후 연승행진을 타기 시작했고,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레오를 앞세워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뤄냈다. 이를 두고 다들 ‘오기노 매직’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기노 매직’은 레오가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것임에도 오기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레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챔프전 준우승으로 트라이아웃 지명권 추첨에서 2번째로 낮은 확률을 보유하고 있기에 레오와의 재계약이 합리적이었지만, 오기노 감독은 탈(脫)레오를 선언하며 루코니를 7순위로 영입했다.
다시 트라이아웃 시장에 나온 레오는 2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됐다. 레오를 영입한 현대캐피탈은 개막 4연승을 달렸고, 지난 6일 한국전력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패하긴 했지만, 레오는 승부가 갈린 5세트에 팀 공격의 50%를 책임지면서도 10점을 올렸다. 5세트 공격 성공률은 100%였다.
이런 레오를 포기하고 영입한 루코니. 실력이 형편없었다. 4경기에서 29득점, 공격 성공률은 36.36%에 불과했다. 자연히 OK저축은행의 성적도 추락했다. 6일까지 1승3패. 그나마 OK저축은행이 올 시즌 거둔 1승도 루코니 없이 거둔 승리였다. 코트에 안 서는 게 팀에 도움이 될 지경이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선택했다. 복수의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를 고려한 끝에 선택한 선수는 신장 210.2cm, 스탠딩 리치 272cm의 장신 아포짓 크리스였다. 크리스는 지난 2023-2024시즌 불가리아 리그 SKV 몬타나에서 활약했고 2024-2025시즌, OK 읏맨 배구단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폴란드 리그 스크라 베우하토프 소속으로 뛰었다. 장신을 활용한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공격과 블로킹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오기노 감독은 “전·후위에서 활용도를 다양하게 가져가며 선수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도록 하겠다. 신장이 워낙 좋은 선수인 만큼 거기서 오는 장점을 잘 활용하겠다”라고 밝혔다. 크리스는 “OK 읏맨 배구단 일원으로 합류하게 돼 기쁘다. 최대한 빨리 리그와 팀에 적응해 OK 읏맨 배구단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