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벌당 100만원이 훌쩍 넘는 이른바 ‘키즈 명품’ 패딩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판매되는 명품은 주로 14세용 제품이 많은데, 얼핏 자녀를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엄마의 모성애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상은 불황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유통업계는 말한다.
7일 롯데쇼핑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몽클레르, 버버리 키즈 등 아동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몽클레르 키즈 14Y(14세용) 상품 10월 매출은 전년 대비 30% 신장하며 가장 인기가 높았다.
이런 제품은 주로 여성들이 구매하는데, 아이들에게 입히려는 게 아니라 반값 수준의 제품을 구매자가 직접 입기 위해서다.
키즈 명품 사이즈별 판매량을 보면 날씬한 성인 여성이 착용할 수 있는 14세용 제품 판매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명품 브랜드 키즈 제품 중 가장 큰 14Y 라인업은 가장 빠르게 재고가 소진되며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일례로 스테디셀러인 '몽클레어 키즈 MOKA 롱패딩 자켓'은 신장 164cm도 입을 수 있게 설계했다. 이는 일반 여성 의류 기준 '55' 사이즈와 비슷한 사이즈라고 전해졌다. 비만한 여성에겐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이 제품의 가격은 150만원대인데, 비슷한 디자인의 성인용 롱패딩은 270만~300만원대로 반값 수준이다.
명품 브랜드 패딩은 브랜드 로고만으로 충분히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 유행에도 덜 민감한 편이다. 특히 명품 키즈 제품은 성인 제품과 디자인, 컬러 등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가성비 높은 가격대로 구매 장벽이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브랜드는 여성 고객들의 사이즈 문의가 많은 점을 고려해 판매 상품에 '성인 여성 착용가능'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키즈 아이템(어린이 옷)이라고 해서 성인용과 디자인이 크게 다른 건 아니다”라며 “가격, 디자인, 사이즈 등 여러 조건에서 살펴보면 성인이 명품 키즈를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인과 키즈 제품의 구분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다만 이는 일부의 전유물이다. 날씬한 여성이 명품도 싸게 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