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노동 피해자, 5년 만에 손배소송서 승소

옛 미쓰비시광업의 여러 탄광 사업장에서 강제노동한 피해자들의 유족이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7개월 만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정영호)는 7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19명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옛 미쓰비시 광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4명에 대해서만 승소 판결을 하고 나머지 5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광주지방법원. 연합뉴스

피해자들은 모두 사망해 유족들이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

 

피해자들은 1941~1944년 전남·북 지역에서 강제 동원돼 옛 미쓰비시광업이 운영한 이즈카·나마즈타·사키토 등 여러 탄광에서 노역했다.

 

피해자 중 3명은 현지에서 사망해 귀국하지 못했고, 해방 후 겨우 고향으로 돌아온 피해자 일부는 탄광 노동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다 사망하기도 했다.

 

고(故) 박모(2000년 사망) 씨는 큰아들을 임신한 상태로 34세의 나이에 일본 경찰에게 끌려가 일본 이즈카 광업소 나마즈타 탄광에서 강제노역했다.

 

22세에 후쿠오카 나마즈타 탄광에서 강제노역한 고(故) 김모(2007년 사망) 씨는 탄광에서 일본 군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석탄을 캐며 혹독한 2번의 겨울을 담요 한 장으로 버텼으나, 월급을 받지도 못했다고 증언을 남기기도 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제국주의 침략전쟁 중 군수산업으로 사세를 급팽창한 미쓰비시는 약 10만명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다.

 

그중 미쓰비시광업은 일본 내 27개, 한반도 37개소 등 탄광·군수공장 등을 운영했고 조선인 32명이 미쓰비시광업 관련 강제 동원 사망자로 확인됐다.

 

시민모임은 원고들을 찾아 나서 2019년(19명 원고)과 2020년(9명 원고) 미쓰비시마테리아루로 사명을 변경한 미쓰비시광업을 상대로 각각 2차례 소송을 제기했다.

 

9명을 원고로 한 소송은 지난 8월 광주지법에서 6명 승소 판결을 받아 사망 피해자별로 1억원씩 위자료(일부는 상속분만 인정)를 인정받았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중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가해 사실을 인정해 2016년 화해 형식으로 보상금 지급에 최종 합의하고, 나가사키 강제 동원 현장에 사죄를 내용으로 한 비석을 세웠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미쓰비시머트리얼의 차별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2019년 원고 54명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 기업 9개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1차)을 시작한 이래로 2차 소송까지 원고 총 87명이 15건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9~2020년 제기한 15건 중 패소가 확정된 1건(스미세키홀딩스)을 제외한 14개 사건이 현재 1·2심(광주고법 7건·광주지법 7건 계류)에 계류 중이다.

 

이날 선고로 광주지법에는 6건이 남게 됐지만, 일본 정부가 소장 송달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몇 년째 소송이 공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