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종시를 ‘공무원의 도시’라고들 하지만, 부처 주변엔 기자도 많다. 정부 부처 18개 중 13개가 이전하면서 덩달아 부처 출입(담당) 기자 중 적지 않은 이도 세종으로 거처를 옮겼다. 기자들이 굳이 출입처 가까이 자리를 잡은 것은 단순히 출퇴근이 용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가까이서 자주 보며 소통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실제 세종에 살면서 부처를 담당하는 것은 서울에 살면서 부처를 담당하던 때와는 관계의 밀도가 다르다. 세종에선 약속을 잡지 않더라도 출입처 공무원들을 마주칠 때가 많고, 때로는 집 앞, 동네 마트에서도 아는 얼굴을 만난다. 매일 같은 풍경을 보는 이들과 관계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종에서 내려온 뒤 오히려 보기 더 어려운 사람도 있다. 장관이다. 몇 주 전, 세종청사 브리핑룸에 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보니 문득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어 최근 브리핑들을 되짚어봤다. 세종청사에서의 브리핑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었다. 1년5개월간 이 부총리는 18번의 브리핑(정부 합동 제외)을 주재했는데 이 중 17번이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심지어 비수도권을 살린다는 ‘교육발전특구’ 관련 브리핑도 두 번 모두 서울에서 했다.
브리핑 횟수만 적은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에 따르면 이 부총리가 취임 후 23개월 동안 세종청사에 온 날은 49일에 불과했다. 월평균 방문일은 지난해 2.6일에서 올해 1∼9월 1.1회로 더 떨어졌다. 5.8%의 출석률이다.
이 부총리 개인 잘못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다른 부처 장관들도 세종 근무일이 적은 것은 마찬가지다. 장관들이 늘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낮은 출석률은 가볍게 넘기기엔 입맛이 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진리가 장관에게만 예외일 리는 없지 않은가.
저조한 출석률의 원인은 부처는 세종에, 국회와 대통령실은 서울에 있는 기형적인 구조 탓이 가장 크다. 장관들의 일정이 서울 위주로 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국장 등 공무원들도 수시로 국회 호출을 받아 서울행 KTX에 오른다. 예산이나 국정감사 시즌엔 세종은 ‘공무원 없는’ 공무원 도시가 된다.
‘지역균형발전 도모’, ‘중앙행정 기능 이전’, ‘수도권 과밀 해소’. ‘행정수도’를 지향한다는 세종시를 수식하는 말들은 휘황찬란하다. 하지만 출범 12년 된 세종시가 이룬 것은 무엇일까. KTX 표값으로 사라지는 막대한 세금만 떠오른다면 비약일까.
‘국회 세종 이전’은 선거철 정치권에서 요란하게 내세우는 공약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사라진다. 정치권과 정부는 비수도권을 살리자며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여전히 대부분의 업무는 서울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부총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이 세종 출석률을 꼬집자 “최대한 가려고 하지만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구조에선 개인만의 노력으로 ‘출석 낙제’를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정말 균형발전과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꾀하려면 정부 부처만 동떨어진 기형적인 구조부터 손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