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부터 동남아까지… 방랑자의 여행담

천 개의 베개/ 노동효/ 나무발전소/ 1만9800원

 

전 세계 어디나 누우면 베개가 될 수 있는 ‘사주팔자’를 타고났다면…. 열세 살 때 친구가 자신의 생일을 캐묻더니 명리학을 공부하는 제 어머니로부터 “너는 천 개의 베개를 가졌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저자는 이를 세계를 여행하는 자신의 ‘방랑벽’에 대한 암시로 여긴다. 그 팔자에 걸맞게 저자는 멀리 남미부터 가까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관광하고 여행하고 나아가 방랑했다. 장기체류 후 이동이라는 저자만의 여행 방식은 낯선 곳에서의 잠자리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구 곳곳을 몸으로 느낀다.

노동효/ 나무발전소/ 1만9800원


여행은 삶과 세상에 대한 성찰을 갖게 한다는 것을 책은 잘 보여준다. 쿠바 트리니다드 숙소의 낡은 에어컨 소리가 단잠을 방해할 정도로 컸지만 화를 내기에 앞서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웃음이든, 울음이든, 희열이든, 분노든 억누르지 말고 때론 터트리기도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생각한다.

여행 도중 만난 사람도 소중한 기억을 남긴다. 태국 끄라비 여행에서 만난 러시아 청년 이고르와 동행하면서 “길에서 만난 호의와 은혜를 갚는 법은 지금 만나는 여행자를 환대하고 호의를 베푸는 것임을 … 샹그릴라나 천축국이 목적지가 아니라 길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이 목적지였다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