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트럼프, 강대국 정치의 귀환

의도적 불확실성 추구하는 리더십
외교적 레버리지로 판단해 활용
中·러의 현상 변경 시도엔 무관심
국제주의 약화된 美 시대 대비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동맹의 회복과 한·미 관계의 격상을 목표로 삼았던 지난 2년 반의 시간을 생각해본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은 여러 측면에서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과거 행적과 기질, 정책 등을 고려해볼 때 작지 않은 혼란과 불확실성을 예측 가능하게 한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첫째, 리더십 스타일이다. 1기 행정부를 되돌아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불가측성의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동맹국 혹은 경쟁국들에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방식의 외교정책을 구사하곤 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리더십이 외교적 레버리지가 된다고 서슴없이 발언하는 것이 현재의 트럼프 팀이다. 또한 트위터를 통해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거나, 의도적으로 참모들의 충성심을 경쟁시켜 극단적인 정책을 입안하게 만드는 등의 행태가 1기 행정부 내내 지속되었다는 것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트럼프의 두 아들과 부통령 당선인 J D 밴스가 참여하는 트랜지션팀의 행보를 통해 향후 행정부와 백악관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나, 이러한 인선이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속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집단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정책 불확실성이다. 국내에서는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적 북·미 회담 개최 및 미국의 한국 패싱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방위비 분담금 확대, 한국 자체 핵무장 가능성 등이 논의되었으나, 미국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향후 강대국 관계 설정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목한 것으로, 미국은 적대국과도 거래할 수 있으며, 일방주의적 강대국 정치 차원에서의 대외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가치외교와 규칙기반 질서를 강조하며 현상변경 국가들을 비판하고 동맹국을 규합했던 것과 다른 접근법이다. 이는 지경학적 이익과 맞물려 미국 경제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트럼프 행정부에 중요한 정책일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중국과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하는가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대외정책의 외연이 구획될 것인데, 강대국 정치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특성상 한국의 대외정책적 외연은 상대적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경쟁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양국 간 관계 속 헤징 전략을 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의 경쟁을 넘어 현상변경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위까지 이르렀고, 트럼프 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압도적인 억제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맹국들 간에도 헤징은 이미 지나간 담론이 되고 있기에, 한국의 대외정책적 외연은 좁아진 반면 요청되는 안보분담의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다만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동맹국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을 제외한 동맹국들 간의 협의체 구성 논의가 될 것인지, 프랑스가 늘 주장했던 전략적 자율성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인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으로부터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미국의 휴전 결정을 반대하기는 어렵다.

 

향후 4년간 트럼프의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와 불확실성을 전 세계에 안겨줄 것이다. 물론 그의 거래주의적 성향을 활용해 한국이 얻어낼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지속적인 현상변경 시도와 트럼프의 규칙기반 질서에 대한 무관심은 분명 국제질서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피즘이 주류화되며 국제주의가 약화된 미국 국내정치 지형 역시 이러한 쇠퇴에 기여할 것이다. 강대국 정치의 귀환은 중견국과 약소국이 감내해야 할 비용을 높일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