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새 회계제도(IFRS17) 시행 후 보험사를 둘러싸고 불거진 ‘실적 부풀리기’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무엇보다 무·저해지 상품에 높은 해지율을 가정했던 보험사들의 기존 회계 기준을 고치도록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에는 보너스 지급 시점에 추가해지를 반영하도록 했으며, 보험부채 산출 시 손해율은 연령을 구분해 산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새 회계 운영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보험사들의 실적은 개선 이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관 효과로 당분간 보험료가 오를 공산이 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보험개혁회의 출범 후 회계제도 측면에서 학계·업계·전문가 실무반을 통해 마련한 해지율·손해율 산출방법론의 최종방안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올해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산출 시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한다. 완납 후에는 최종 해지율 0.8%를 적용한다.
해지율 가정이 강화되면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일부 보험료 상승 요인이 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 가능한 상품을 개발해주는 게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또 납입 기간이 5∼7년으로 짧지만, 10년 시점에 보너스 부과로 환급률이 높은 단기납 종신보험에는 보너스 지급 시점에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해지를 고려해 해지율을 산출하도록 하기로 했다. 표준형 상품의 누적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해지를 설정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보험부채 산출 시 손해율 가정에서 연령을 구분해 보험부채와 CSM 산출의 정확도를 높이기로 했다.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과 관련, 최종 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되 3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시장금리 인하에 따른 시행여건 변화를 고려한 조치이다.
보험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몇몇 보험사는 투명한 회계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기는 반면 당국이 일괄적인 해지율을 제시해 사실상 가격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지난달 나온 방안과 비교해 해지율에 대한 보험사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면서도 “굳이 예외모형을 선택해 금감원의 집중 점검을 받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잡으면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어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에서는 예외모형을 적용하면 원칙모형 대비 보험료가 10% 이상 차이 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원칙모형에 비해 해지율이 덜 엄격하게 적용되는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회사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상품마다 특성이 다른데 일률적인 해지율을 적용하는 것은 가격 개입이나 다름없다”며 “일단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있는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