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군사지원 중단 가능성… G2 무역분쟁도 심화 우려 [트럼프 2기 시대]

고심 깊어지는 국제사회

고립주의·즉흥 외교에 각국 셈법 복잡
WSJ “트럼프 측근, 우크라 전선 동결
최소 20년 나토 불가입 종전안 제안”
바이든, 퇴임 전 우크라 예산 지원 속도

나토엔 “방위비 증액” 수차례 경고장
유럽 회원국 안보 지형 변화 불가피

트럼프, 中에 “고율 관세 부과” 공언
對美수출 의존도 높은 日도 타격 클 듯

‘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국제 사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고립주의 외교 기조에다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즉흥성과 예측 불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국가마다 미국에 대응하는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전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에 반대해온 만큼 취임 이후 지원 중단은 물론이고 러시아와의 담판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의 휴전 또는 종전 협상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18년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20일 전에 이미 승인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물자 수송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 고문 등 측근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점유한 현재 전선을 그대로 동결하고, 우크라이나에는 나토 가입 노력을 유예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종전 구상 중 하나로 인수위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최소 20년간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공격을 억제할 무기 지원을 계속하는 내용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포함한 동맹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을 계기로 한 안보 위협 고조 가능성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미국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미 대선 결과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분쟁 종식이 하룻밤에 이뤄질 수는 없지만 미국은 외교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며 “이것이 일어날지, 어떻게 될지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복합적 위협’이라고 규정한 중국의 경우, 트럼프 집권 1기 시절의 ‘무역전쟁’을 뛰어넘는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한 상태라 무역분쟁이 심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 미국과 마찰을 빚어온 대만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모호한 입장과 향후 미국이 대만을 대(對)중국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 등이 변수로 꼽힌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양국 관계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깊다.

트럼프 당선 1면 보도한 日 신문들 7일 일본 주요 신문이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소식을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요코하마=A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대한 일률관세를 공약으로 제시해 미국에 자동차 등을 많이 수출하는 일본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안보 분야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국에 ‘무임승차’ 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골프 회동 등을 통해 형성한 친밀한 관계를 대미 외교에 활용한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미·일 관계 재정립의 관건은 정상 간의 관계라는 분석도 강하다.

 

남미 보수파 지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에 기대감을 표시하며 환호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 구호를 그대로 적었고, ‘브라질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우리는 진정한 전사의 부활을 목격했다”고 트럼프 당선인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