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남색 정장에 연보라색 넥타이 차림으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브리핑룸에 나타난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깊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등 진정성 있는 사과의 태도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일부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면서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라거나 무엇에 대해 사과인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한 답변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룸 단상 위에 마련된 책상 앞에 앉아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틀어 총 140분간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5월과 8월에 각각 21분, 42분씩 진행했던 담화 시간은 15분으로 대폭 줄이고 기자회견 시간을 늘렸다. 약 125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총 26개의 질문에 답했다. 질문은 별다른 제한 없이 이뤄졌지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진행을 맡은 대변인이 정치·외교안보·개혁과제·추가 질문 순서로 분야를 나눠 질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거침없는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지만 일부 발언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간 김 여사의 사적 연락 등 비공식적 활동이 주로 논란을 불렀는데 신중한 처신을 위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윤 대통령은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기껏 내놓은 대책이 고작 ‘부부싸움’이라니, 윤 대통령은 국민이 우습나”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의 사과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사과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한 것도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금 언론 보도나 이런 것들을 보면 너무 많은 얘기가 있어서 저도 그걸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이라고 말하며 “그러나 어찌 됐든 사과드리는 것은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과거에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이 제대로 안 지켜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불필요한, 안 해도 될 얘기들을 해서 생긴 것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김 여사로부터 “사과를 많이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기자회견 준비 과정에서 한 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원래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순방을 다녀와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다. 그래도 순방 나가기 전에 10일(윤 대통령 임기반환점) 이전에 하는 게 좋겠다고 (7일에 기자회견을 한다는) 발표가 나갔다”며 “밤에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그 기사를 봤는지 ‘가서 사과 좀 제대로 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