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전단지 뗐다가 검찰 송치된 여중생 결국 무혐의 [사건수첩]

거울 가린 비인가 전단지 뜯었다가 ‘전과자’ 될 뻔한 여중생
“거울 안 보여”…시민들 항의 글 게시판 도배, 경찰서장 ‘사과’
뒤늦게 판례 80여건 분석…“거울 기능 방해, 고의성도 없어”

아파트 승강기 거울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떼었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됐던 여중생이 보완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건을 수사한 경찰서 누리집에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7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달 5일 10대 A양에게 최종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앞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A양의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검찰에 불송치의견으로 보완수사 결과를 통보했다.

 

검찰에 송치됐던 A양이 지난 5월 아파트 승강기에 붙은 비인가 전단지를 떼어내는 모습. JTBC ‘사건반장’ 캡처

A양 사건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A양은 지난 5월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승강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거울에 붙어있던 비인가 게시물을 뜯었다. 당시 A양은 거울을 보던 중 해당 게시물이 시야를 가리자 이를 떼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게시물은 아파트의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찰은 A양의 행위가 재물손괴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아울러 A양과 마찬가지로 게시물을 뜯은 60대 주민 B씨와 문제의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을 덮어 부착한 관리사무소장 C씨도 함께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2022년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내린 공동주택관리법 판례 등을 참고해 A양의 행위를 재물손괴 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후 A양 측이 국민신문고 등에서 민원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분노한 시민들이 용인동부경찰서 누리집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고, 해당 경찰서장은 지난 9월 누리집을 통해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 더 세심한 경찰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인동부경찰서.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도 해당 사건에 추가 고려 사항이 있다고 판단, 검찰과 협의해 보완수사를 결정했다.

 

관련 판례 80여건을 분석한 경찰은 해당 게시물이 승강기 내 거울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었던 점, A양 등에게 손괴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혐의없음’으로 의견을 변경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및 참고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법리를 검토한 결과 재물손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