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아내를 감금하고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 남편이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법정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아 재판부의 질타를 받았다.
8일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어재원)는 A(59)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기, 감금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는 한편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장애 여성 사망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A씨는 약 두 달간 대구 서구의 주거지에서 지적장애, 청각장애가 있는 아내 B씨를 방에 가두고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기아 상태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특히 유기치사 혐의와 관련해서는 B씨가 사망할 것을 예견하지 못했고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역시 경증 지적 장애가 있어 B씨의 사망을 예견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재판부는 유·무죄와 양형을 정하는 데 있어 국민참여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배심원 7명은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는 유기, 감금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장애가 있어 보기 싫고 이웃 주민의 눈에 띄는 게 싫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감금하고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사망 직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피해자는 병원에 데려가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외면했다”며 “피고인은 비정한 남편이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법정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씨 역시 장애가 있었고 한겨울에 난방을 때지 못할 정도로 곤궁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안타까워했다.
재판부는 “장애가 있어 관심이 필요한 가정에 대한 친족과 이웃 등 사회적 무관심이 더해진 사건”이라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 (구성원으로) 있는 가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