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소송’, 대법도 심리한다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심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을 정한 2심 판결문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않고 별도로 심리하기로 한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7월8일 최 회장이 서울고법 2심 판결문 선고에 불복해 낸 상고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간(4개월) 만료일인 이날 오후 6시까지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은 이날 자정까지 인데, 업무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아 정식 심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상고심 특례법에 따라 상고기록를 받은 날부터 4개월 안에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 상고는 지난 7월8일 접수됐다. 이에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면 이를 11월8일까지 양측에 통보해야 한다.

 

대법원이 심리에 착수한 것으로 보임에 따라 양측이 주장해 온 법률적 쟁점에 대해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혼소송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선친에게 물려받은 SK 주식이 특유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부부 공동재산이 아닌 특유재산으로 판단되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은 “SK그룹 주식은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재산이라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재산 분할 대상인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보지 않았다. 최 회장 명의의 계좌거래 등을 보면 과거 SK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선대 회장 돈만으로 매입한 것이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SK그룹이 성장하는 데 노 관장의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약속어음 비자금’이 쓰였다고 봤다. 노 전 대통령을 포함해 노 관장 측의 유·무형적 기여를 인정했다.

 

또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이 실제 SK로 유입이 됐는지, 그룹에 성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등이다.

 

2심 재판부는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토대로 SK가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을 받아 성장했다고 판단했다. '300억 비자금'이 결국 46배로 불어나 1조 3천808억원대 재산으로 이어졌고 이를 대물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의 35%인 1조3808억1700만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 부분은 지난 8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도 동등하게 노 관장한테 위자료 20억원을 줘야 한다”는 판결 이후 지급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선 재산분할에 대한 심리만 이뤄지게 됐다. 해당 사건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모여 중요한 사안을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가능성도 있다.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적었다가 1000원으로 경정한 것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심 판결문 경정 결정에 관한 최 회장 측의 재항고에 대해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친 액면분할에 따라 1998년 대한텔레콤 주식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오류를 발견하고 판결 경정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SK 경영활동 과정 중 '중간단계' 사실관계에서 발생한 계산 오류를 수정하는 것으로, 재산분할 비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은 판결문 경정 자체가 단순한 오기나 계산 착오 정정이 아닌 판결의 실질적인 내용이 바꿀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에서 심리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상고를 제기한 최 회장 측으로선 한숨 돌리게 됐다. 최 회장 측은 이혼소송 상고심을 앞두고 홍승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8기)를 주축으로 변호인단을 정비했다. 최 회장 측은 이혼 소송 상고심에 약 500쪽의 상고 이유서를 제출하고 2심에서 인정한 재산 분할액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두 사람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최 회장 측이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조정이 결렬되면서 이듬해 2월 정식 소송에 돌입했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최 회장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며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 1297만5472주의 절반 수준인 648만7736주의 분할을 청구했다.

 

1심은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과 함께 위자료 명목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과 달리 노 관장의 '정치적 영향력'과 '내조 및 가사노동'이 SK 경영 활동과 SK 주식의 형성 및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