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고위직을 맡을 것이 확실시되는 일론 머스크(53)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바보”라고 놀려 화제가 되고 있다. 머스크는 정치 성향으로 따져 극우에 가까운 반면 숄츠는 좌파 사회민주당(SDP)을 이끌고 있다.
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머스크를 겨냥해 “누구나 바보처럼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머스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프는 바보”(Olaf is a fool)라는 댓글을 올린 것에 대한 반응이다. ‘바보 같은 이가 뭐라고 떠들든 일절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숄츠 본인은 “매우 비우호적인 발언”이라면서도 “국가 기관이 아닌 사기업 관계자의 말인 만큼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숄츠는 2021년부터 약 3년간 SDP와 녹색당, 자유민주당(FDP) 3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의 총리로 재직해왔다. 그런데 좌파 성향의 SDP와 중도 우파 성향의 FDP는 연립내각 안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급기야 숄츠는 최근 FDP 출신의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부 장관을 해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연립정부에서 FDP를 퇴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립여당에서 FDP가 빠져나가면 숄츠 내각은 연방의회 하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당장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은 숄츠에 대한 하원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는 2025년 9월로 예정된 하원 총선거를 올해로 앞당기는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는 그간 우파 정치인들을 옹호하며 좌파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왔다. 최근 끝난 미국 대선에서 사재를 털어가며 트럼프를 도운 것이 대표적이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머스크가 가장 좋아하는 유럽 정치 지도자다. 반면 숄츠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한 이민정책 등을 들어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머스크는 독일에서 ‘나치의 후예’로 통하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머스크가 정부 고위직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신설되는 ‘정부효율성위원회’의 위원장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이 위원회는 연방정부 개혁과 축소를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 대통령과 백악관에 권고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