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이 있는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식사와 약을 주지 않는 등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아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진재)는 존속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부산에 위치한 주거지에서 친모 B씨(50대)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고 밥을 먹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피해자와 단둘이 살며, 음식을 몰래 먹거나 컴퓨터 게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해당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보살핌을 받지 못한 B씨는 지난해 2월 거동을 못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물조차 넘기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끝에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17일 방 안에서 숨졌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약 20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가족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20년 3월, A씨의 부친이 교통사고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누나 C씨가 아버지의 간병인을 맡아 병원에 상주하게 됐다.
이에 A씨가 B씨와 단둘이 살며 피해자를 도맡아 책임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A씨는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던 B씨로부터 제대로 양육을 받지도 못한 자신이 친모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개월 간 친모와 같이 생활하며 피해자가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말을 듣지 않자 홧김에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으며 식사와 약을 챙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어머니를 폭행한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시신을 방에 그대로 방치하다가 적발됐다.
재판부는 “A씨는 어머니인 피해자와 살게 되면서 정신질환 때문에 홀로 생활할 수 없는 피해자를 계속 폭행했다”며 “이로 인해 제대로 식사와 약을 먹지 못한 피해자가 거동이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고 꾸짖었다.
이어 “존속인 피해자를 부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이러한 범행의 패륜성에 비춰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피해자의 시신을 방에 그대로 방치까지 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과 A씨 또한 정신질환을 진단받았던 상태에 비춰 A씨가 혼자서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피해자를 돌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점, 유족의 처벌 의사가 강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