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 따라주면 대학원도 가고 싶지. 끝까지 해볼 생각이에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약 일주일 남겨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고에서 만난 83세의 임태수씨는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처럼 영어단어가 외워지지 않는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그의 노트엔 정갈한 글씨로 알파벳이 빼곡히 쓰여 있었다. 임씨는 "다리는 아프지만, 정신은 건강하다"며 "죽을 때까지 배우고 싶다"고 했다.
1941년 태어나 강원도 영월에서 자란 임씨는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병환으로 중학교 2학년 때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가정을 꾸려 4남매를 기르고 손주 3명까지 대학에 보냈다. 연필을 다시 잡는 데는 60여년이 걸렸다.
임씨는 "손주들을 다 키우고 나서야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며 "50대, 60대 학우들을 따라가려니 힘들 때도 있지만 할 만하다"며 웃었다.
다른 '늦깎이 고3' 학우들도 '유종의 미'를 다짐하고 있다.
우옥식(70)씨는 암 재발로 표적 치료를 하면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씨는 "초등학교만 졸업했던 게 콤플렉스였는데, 이대로 죽으면 공부를 못한 게 가장 아쉬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만큼 영어 실력도 키우고, 노인 복지 지식도 쌓고 싶다"며 "준비를 해둬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옥희(69)씨는 학업을 위해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전씨는 올 6월 모의고사에서 한국사 1등급을 받았다며 "한문과 한국사 과목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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