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정치권·정부 협의 전면에 나설까…여·야·정 협의체 11일 출범

의대 증원에 반발해 10개월째 병원과 학교를 떠나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정부·정치권과의 대화에 직접 나설지 주목된다. 여당이 주도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야당과 전공의·의대생들이 빠진채 개문발차(開門發車)하지만, 의대생의 내년 3월 학교 복귀 등이 의대생 총회에서 논의되는 등 의료대란에 대한 입장이 이번주 정리될 전망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공백으로 빚어진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 11일 출범한다. 여당 주도의 협의체에 정부 측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경제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하고, 여당은 3선인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 한지아 의원이 협의에 나선다. 의료계에선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참여할 전망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의체 출범, 기대와 우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단체 등의 협의체 참여를 막판까지 독려하고 있지만 당장 추가로 참여하는 단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학회·KAMC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무조건적인 ‘의대생 휴학 승인’을 내걸었고, 정부가 지난주 이를 수용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협의체는 출범 전부터 기대를 키우고 있다. 대한의학회·KAMC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복귀 조건으로 의대생 휴학 승인’을 주장하다가 결국 휴학 승인으로 급선회한 것은 정부·정치권을 아우르는 협의체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협의체 출범 후 우선 논의해야 할 ‘2025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차가 명확해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과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2025년 의대 정원은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2025년도 수능이 11월 14일에 있고 내년도 의대 정원은 정부가 추진한 대로 됐다. 이제 2026년도는 의료계와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해서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하면 그에 따라서 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반면 전공의·의대생들은 ‘2025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고,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교수단체는 ”각 대학 총장은 모집요강을 준수하면서 모집 인원을 재조정할 묘수를 찾기 바란다”며 의대들을 상대로 ‘모집인원 재조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 의료계 인사는 “2026년 의대 정원에 대해선 정부와 의료계 모두 재논의하자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수능을 앞둔 상황에서 2025년 정원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는 의료계와 ‘이미 정해졌다’는 정부가 충돌하면 협의체 논의는 더 진전되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공의·의대생, 전면에 등장할까

 

협의체 출범 후 의료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참여할지도 관건이다. 특히 의협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임을 적극 주장하고 나선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정부·정치권과의 협의에도 직접 나설지가 최대 관심사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7일 전공의 90명 명의로 임 회장에게는 자진 사퇴를, 의협 대의원들에겐 임 회장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8일 의협 대의원들에게 전달한 입장문에서 “전국 40개 의대 학생들은 양질의 의학 교육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학생들은 ‘2000명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가 불러올 의료와 교육 현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최전선에 나와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해 왔고 임 회장이 지난 8개월간 보여준 망언과 무능은 학생들에게 있어 크나큰 절망으로 다가왔다”고 비판했다.

 

의대협이 15일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에서 내년 3월 학교 복귀 여부 등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이번 사태의 변곡점으로 꼽힌다. 의대협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국 문제 규정, 향후 협회 행보, 회원 권익 보호, 시국 문제 종결 방식 등 4개 안건을 알렸다. 금명간 안건 세부내용을 추가할 예정인데,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촉구, 내년 수업 복귀 여부 및 정상화 방안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의협 임시대의원총회를 이틀 앞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임 회장이 연설하는 모습이 송출되고 있다. 뉴스1

◆의협 운명, 오늘 오후 결정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임현택 회장 불신임(탄핵)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에 표결한다.

 

임시 대의총회에는 재적 대의원 248명 중 226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비대위 구성은 재적 대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고, 가부동수일 때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올해 5월 취임한 임 회장은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되고, 의협은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부분의 주요 결정을 비대위 수장이 결정하면서 의협 회장은 ‘식물 회장’으로 남을 수 있다. 의협 회장과 비대위 위원장간 알력으로 의료계 내분이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