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보편 복지’의 대명사로 구조 개선이 예고된 청년기본소득을 손질한다. 일정 연령대 청년에게 무조건 지급했던 기존 방식에 ‘소득별 차등’을 추가하고 사용처 제한을 강화하면서 전임 이재명 지사 당시 도입된 사업의 성격을 바꿀 계획이다.
◆ 24세 나이만 유지…복지부 협의·조례 개정 거쳐 내년 7월 시행
10일 도에 따르면 청년기본소득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사회 진출기 청년을 돕기 위해 2019년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됐다.
24세 청년에게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분기별로 25만원(연 100만원)씩을 지역화폐로 지원한다. 애초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도비 70%, 시·군비 30%로 분담해 예산이 집행됐는데 연간 1300억원 안팎이 투입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시장이던 2016년 성남시에서 태동해 지사로 자리를 옮긴 2019년 도내 전역으로 퍼졌다. 이후 ‘이재명표 청년기본소득’으로 불릴 만큼 대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매년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예산, 소득과 무관한 지급, 소비성 활동에 집중된 사용처 탓에 지적을 받아왔다.
김동연 지사도 올해 2월 도의회 질의에서 “정책의 안정성 때문에 올해는 추진했지만 전반적인 구조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며 “청년기본소득은 ‘정기성’ 등이 없어 사실 기본소득의 정의로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도는 올해 4차례 토론회를 거쳐 나이를 24세로 유지하는 대신 지원금을 3단계로 차등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중위소득 70% 이하 저소득층은 연간 150만원, 70% 초과 120% 이하 중간층은 100만원, 120% 초과 고소득층은 5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시·군 단위 지역화폐로 제한했던 지급수단도 체크카드를 활용한 카드 포인트 방식으로 바꿔 시·군 제한 없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용처는 대학 등록금, 어학연수 비용, 학원 수강료, 어학·자격증 응시료, 면접 준비금, 창업 임대료, 교통 및 통신비, 주거를 위한 월세, 도서 구입·스포츠 및 문화예술 활동비의 9개 항목으로 제한한다.
도는 보건복지부 협의와 조례 개정 등을 거쳐 내년 7월 개선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 본예산안에는 1045억원이 반영돼 올해 935억원보다 110억원 늘어났다. 도비 외에 시·군이 부담하는 예산 30%(447억원)를 더하면 1492억원이 투입된다.
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반기별로 지급해 제도 변화에 따른 혼선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경기도의회, 발전방안 모색…“안팎 확 바꾼다”
이번 개선안 마련은 ‘복지 선명성’ 등을 두고 시·군 지자체에서 불거진 청년기본소득 논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사업 개시와 함께 31개 시·군이 동참했으나 올해는 성남과 의정부를 제외한 29개 시·군에서 시행하고 있다.
청년기본소득이 태동한 성남시에선 2022년 말부터 시의회가 청년기본소득폐지를 두고 공방을 벌여왔다. 지난해 7월에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 주도로 도내 시·군 가운데 처음으로 청년기본소득 폐지조례안이 의결된 바 있다. 청년기본소득의 보편성이 복지 포퓰리즘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의정부시의 경우 지난달 28일 공문을 보내 뒤늦게 올해 사업에 참여하겠다며 분담률에 따른 도비 28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의정부시는 올해 지원 대상을 4000명으로 잡아 도비 28억원, 시비 12억원 등 모두 4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선 부동산 거래 감소로 지방세수가 급감한 가운데 청년기본소득 사업의 중단을 검토하는 도내 기초 지자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층 표심을 우려한 시·군 단체장들이 이 사업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