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칼럼] 尹정부 경제팀이 풀어야 할 숙제들

트럼프 정부 2025년 관세 인상 전망
한국 경제 버팀목 수출 위축 우려
재정지출 늘려 내수부진 일단 털고
신산업 육성 위한 지원정책 내놔야

윤석열정부는 출범한 지 2년 반을 지나 임기 후반기로 들어가고 있다. 임기 전반기를 돌이켜 보면 미국 금리 인상과 환율 상승으로 대외적인 충격에 노출되었으며 국내에서도 환율이 높아지면서 물가가 크게 올랐다. 통화 당국은 금리를 큰 폭으로 높여 6.3%까지 높아졌던 인플레이션은 최근 1.3%로 낮아졌다. 1400원대 중반까지 높아졌던 환율도 그동안 안정되었으며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호조와 투자소득수지 흑자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우려되던 자본유출도 막았다.

그러나 과도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내수침체가 심화되면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났고 서민들의 고통이 심해졌다. 일자리 감소로 청년실업이 늘어났고 농산물과 과일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크게 올랐다. 임금과 건축자재 가격 상승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가계부채 또한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출범 초 공약했던 노동, 교육, 연금, 의료의 4대 개혁은 여소야대 국회와 이익집단의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윤 정부 임기 후반기, 경제팀 앞에는 많은 정책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먼저 수출을 늘리고 내수를 회복해야 한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긴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을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 때 사용하는 금리 인상으로 대처한 결과 한국 경제는 내수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크게 높일 경우 수출마저 크게 줄어들 것이 우려된다. 그동안 고물가와 저성장 그리고 내수침체와 금융부실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았던 것은 수출증대와 경상수지 흑자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출이 감소한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정책당국은 수출을 늘리는 데 총력을 다하는 것은 물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 재정적자 확대가 우려될 수 있으나 내수가 부양되면 세수 또한 늘어날 수 있으며 비록 재정적자가 한시적으로 늘어나도 그 손실보다 내수 회복의 이득이 더 클 수 있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도 적극화해야 한다. 우리 주력산업이었던 조선, 철강, 전자, 석유화학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자동차만 비교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 또한 곧 따라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일본과 같이 장기침체로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책당국은 임기 후반 반도체, 군수산업, 바이오,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육성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20년을 먹고살 수 있는 신산업에 대한 지원대책이 수립될 때 한국 경제의 미래 청사진이 밝아지면서 기업투자가 늘어나 일자리와 내수침체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4대 개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전략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4대 개혁은 국회에서 결정되는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여소야대의 국회하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정책당국은 야당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법과 제도를 개혁하거나 법과 제도의 개혁 없이 할 수 있는 부문에 치중해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대국민 홍보를 적극화해서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고 다수당인 야당에 대해서도 개혁입법에 대한 압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겉으로 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이미 적자이며 대동남아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높일 경우 대미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악화와 환율 상승 그리고 자본유출도 우려된다. 고물가와 저성장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심화도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요인이다. 임기 후반기 동안 더 심해질 것이 우려되는 혼란한 정쟁 속에서 윤석열정부 경제팀이 올바른 정책선택으로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