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연금도 환승시대… “수익·안정성 꼼꼼 비교를” [마이머니]

‘퇴직연금 실물 이전’ 시행… 유의할 점은

중도해지 없이 약정 이율 받을 수 있어
DC형·IRP 중 같은 제도로만 변경 가능

국민銀, 상품군 다양… 적립금 45조 1위
신한銀 TDF 2045 3년 수익률 17% 자랑
하나銀, 원금 보존 추구형 상품 최초 출시

기업銀, 안정성 장점… 수수료 혜택도 커
농협銀, 장기계약 할인 최대 20%로 확대

퇴직연금 상품을 통째로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수 있는 갈아타기가 지난달 31일부터 현실화됐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퇴직연금 가입자가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금융회사 계좌로 옮길 수 있는 제도다. 예금상품 보유자라면 중도해지 없이 약정이율을 받을 수 있고,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상품도 매도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다만 기존에 갖고 있던 상품이 갈아타려는 금융사에도 있어야 그대로 이전할 수 있다.



또 동일한 제도 내에서만 실물 이전을 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나뉘는데, 개인이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운용 주체가 근로자인 DC형과 IRP이다. 따라서 DC형은 DC형으로만, IRP는 IRP로만 갈아탈 수 있다.

실물 이전은 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과 공모펀드(머니마켓펀드 제외),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부분 퇴직연금 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방법을 지시하지 않으면 금융사가 약속한 방식대로 자동 운용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 보험계약 형태로 이뤄진 상품 등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

퇴직연금 갈아타기는 새로 계좌를 옮기려는 금융사에 신청해야 하며, 신청부터 완료까지 최소 3영업일이 걸린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에 따라 결정되므로 실물 이전을 하더라도 운용 수익률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물 이전 후에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가입자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운용 지시와 관리가 중요하다.

 

또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장기간에 걸쳐 적립·운용되는 만큼 갈아타는 금융사의 안정성과 수익성, 고객 상담 및 자산관리 역량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퇴직연금 운용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주요 시중은행이 추천하는 대표 상품의 수익률과 운용 특징을 알아봤다.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KB국민은행=KB국민은행은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최초로 적립금 45조원을 넘어섰다. DC형과 IRP 시장에서 각각 17년(2007∼2023년), 14년(2010∼2023년) 연속 적립금 규모 1위를 기록했다.

상품도 원리금 보장형 825종, 실적 배당형 996종, 디폴트옵션 10종 등 시중은행 중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개인형 IRP 실적 배당 상품은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이 14.61%로 은행권 전체 1위, 증권사 포함 2위에 올랐다. DC와 DB의 실적 배당 상품 수익률도 각각 14.02%, 10.69%를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고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도 2분기 디폴트옵션 주요 현황 공시’에서 은행권 연간 수익률 1위(20.59%)를 기록했다. ‘저위험 포트폴리오2’와 ‘중위험 포트폴리오1’의 연간 수익률도 각각 8.69%와 12.31%를 기록하며 저위험 상품과 중위험 상품 가운데 은행권 1·2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는 환 노출 펀드를 위주로,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저위험 포트폴리오는 환 헤지 펀드를 중심으로 각각 구성했다.

2020년 시중은행 최초로 설립한 연금·은퇴자산 관리 전문 종합센터인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는 지난 9월부터 ‘퇴직연금 일대일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10년 이상의 PB 경력을 갖춘 자산관리 전문가가 퇴직연금은 물론이고 절세 방안, 퇴직 후 건강보험·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등 은퇴 후 삶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을 해준다.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신한은행=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운용관리 퇴직연금 적립금 4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한 해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개인형 IRP 연간 순증 실적이 4조4596억원으로 전체 업권에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퇴직연금 상품은 예금 476개, 펀드 413개, ETF 177개로 업계 최다 수준의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에서 ‘중위험 포트폴리오 2호’의 1년 수익률이 12.83%를 기록하며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작년 12월 말 기준 원리금 비보장 부분에서 △DB형 5년 수익률(3.65%)·7년 수익률(3.44%)·10년 수익률(2.98%) △개인형 IRP 3년 수익률(1.03%)·10년 수익률(2.77%) △DC형 7년 수익률(3.50%)에서 각각 1위를 달성했다.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 중 ‘신한 마음 편한 TDF(타깃데이트펀드) 2035, 2040, 2045’는 2023년 12월14일 기준 3년 수익률이 각각 15.04%, 16.45%, 17.01%(펀드평가사 제로인 기준)로 500억원 이상 운영 중인 TDF 상품 중 가장 높다.

2021년부터 퇴직연금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자산 관리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고객 2만5000명에게 연간 102억원 규모로 이 같은 혜택을 제공했다.

앞서 3년 전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열어 전문적인 상담·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는 대상을 확대해 고객 33만여명의 수익률을 관리할 예정이다.

◆하나은행=하나은행은 DC형 퇴직연금의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 부문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 말까지 6분기 연속 시중은행 중 1위를 달성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 포털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최근 1년간 DC형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14.14%, 원리금 보장 상품은 3.69%로 각각 집계됐다.

또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대비 3조3000억원 증가한 37조원으로 전체 은행권에서 순증 1위를 달성했고, 증가율(9.8%)도 은행권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이와 함께 시중은행 중 IRP 원리금 비보장·원리금 보장 상품 모두 2위, DB형 원리금 보장 상품 1위 등 전체적으로 고른 성과를 거뒀다.

앞서 2021년에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ETF를 출시한 데 이어 2022년 ETF 분할매수 시스템 도입, 2023년 ETF 당일 매매거래 시행 등 선도적인 상품 라인업을 제공하는 등 150여개의 ETF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외에도 은행권 최초로 원금 보존 추구형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와 만기 매칭형 채권 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채권 직접 편입’을 도입해 폭넓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는 18개 상품이 라인업돼 있으며, 채권 직접 편입 상품은 오프라인을 통해 국고채뿐만 아니라 지방채, 특수채, 회사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원금은 보장되면서 매월 이자금액을 재투자할 수 있는, 연금 인출기를 위한 특화상품 ‘원리금 보장형 월 지급식 기타파생결합사채(DLB)’를 금융권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고객 편의를 강화하기 위해 대면·비대면 채널 간 유기적인 연계를 갖춘 ‘옴니채널(Omni-Channel) 손님 관리체계’와 연금 VIP에 특화된 대면 상담 채널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또 ‘퇴직연금 스마트 안내장’ 서비스를 도입,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하나원큐를 설치하지 않아도 카카오톡으로 적립금 운용현황과 가입자 교육 안내를 쉽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IBK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대한민국 정부 수준의 신용등급을 인정받는 만큼 시중은행 중 최고의 신용도(AA-)를 유지 중이다. 덕분에 퇴직연금 특성상 필수적인 안정성을 자랑한다.

특히 퇴직연금 수수료(운용관리, 자산관리)가 반영된 실질수익률 측면에서 은행권 중 최상위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완화와 근로자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2021년부터 수수료율을 인하하기 시작해 개인형 IRP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수수료를 면제하고, 소상공인의 수수료 감면을 대폭 확대하는 등 은행권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비교공시 기준 원리금 보장형 IRP의 수익률은 6대 은행 중 1위를 달성했고, DC 수익률도 3위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실물 이전 제도 시행에 맞춰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114개인 퇴직연금 ETF 상품을 연말까지 40개 이상 추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객이 퇴직연금 관리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특화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IBK 연금 이지(Easy)’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의 텍스트 위주 화면을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고, 은행권 최초로 보유 중인 상품 또는 추천 상품을 확인한 뒤 화면에서 즉시 매수·매도 거래를 할 있도록 개편한다. 인공지능(AI)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유형(연금특화, 테마형)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연금자산관리를 위한 시장 전망과 AI 지수 예측 등 콘텐츠 구독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해 연금지원센터도 신설했다. 고객별 맞춤 솔루션을 위해 퇴직연금 전문 컨설턴트가 자산관리 컨설팅 및 세미나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에 맞춘 이벤트도 진행한다. 12월20일까지 다른 금융기관에서 이전을 완료한 고객 등 2000명에게 추첨을 통해 신세계상품권 1만원을 증정하고, 연말까지 퇴직연금 ETF를 1주 이상 순매수한 고객 1000명에게 한우불고기버거 세트, 아메리카노 쿠폰 등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NH농협은행은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디폴트옵션을 선제 도입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저위험 수익률에서 주요 은행권 1위를 기록하는 등 디폴트옵션에서 좋은 수익을 내고 있다. 앞서 지난해 4분기에도 디폴트옵션 저위험 수익률 은행권 1위, 중위험 수익률 2위에 각각 올랐다.

올해 6월 말 기준 디폴트옵션 운용 적립금은 3조3398억원으로, 전체 DC·IRP 적립금(10조7749억원)의 31.0%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특히 고객의 실질수익률 제고를 위해 시중은행 최초 DC·기업형 IRP 제도에 대한 장기계약 할인을 최대 20% 수준으로 확대 적용했다. 개인형 IRP의 누적 수익이 없으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영세 사업장 가입자를 위한 수수료 할인제도도 운영한다. 고객의 적극적 자산 운용 및 연금 지급 등록 활성화를 위해 개인형 IRP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가입 금액에 대한 운용관리 수수료 면제, 연금 지급 신청 등록 고객의 운용관리 수수료 면제(자산관리 수수료는 12월4일부터 면제 시행 예정), 만 40세 이하 고객 대상 운용관리 수수료 할인 등의 우대체계도 운영 중이다.

다양한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시장 추세와 시황을 반영한 신상품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원리금 보장 상품(정기예금, ELB·DLB, 이율보증보험계약) 총 77종, 펀드 상품 총 528종을 각각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 ETF 상품은 총 83종으로, 연내 100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실적 배당형 상품은 595종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최다 보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자산관리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 업체 3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