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들어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보다 10% 이상 밑도는 이른바 ‘어닝 쇼크’ 현상이 상장사 중 3분의 1 넘게 발생했다. 반도체나 이차전지 등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력 기업의 실적이 낮았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약화했다는 뜻인데, 이를 반영하는 듯 지난 8월 ‘블랙 먼데이’ 후 코스피의 반등속도 역시 다른 국가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인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변수가 불거진 상황이라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은 지속될 수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컨센서스)를 낸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지난 7일까지 3분기 연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65곳이며, 이 중 102곳(61.8%)은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낮거나 적자 전환, 또는 적자가 확대됐다. 특히 전망치를 10% 이상 하회한 기업도 집계 대상 상장사의 34.6%인 57곳에 달했다.
발표 실적과 전망치의 이 같은 괴리가 가장 큰 상장사는 코스닥 상장사 심텍이다. 증권사들은 3분기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5억원에 불과해 괴리율이 -95.9%였다. 심텍은 반도체 및 통신기기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다.
현대차(-7.5%), 기아(-7.4%)도 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기대를 하회했다.
OCI홀딩스(-77.3%), CJ ENM(-66.2%), 한화오션(-54.8%), HD현대(-50.2%), LG이노텍(-49.4%) 등도 시장의 눈높이에 크게 못 미쳤다.
3분기 시장 전망을 웃돈 실적을 낸 상장사는 63곳(38.2%)으로, 이 중 36곳이 전망치를 10% 이상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컨센서스(4억원)를 15배 가까이 상회한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의 낮은 실적치는 증시 발목을 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2561.15로 블랙 먼데이 직전인 8월2일과 비교하면 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G20)의 주요 증시 지수 수익률과 비교하면 러시아(-19.83%), 튀르키예(-17.2%)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이다. 반면 미국(9.7%)과 캐나다(9.3%), 독일(6.6%), 일본(3.6%), 이탈리아(3.0%), 호주(2.5%) 등의 증시는 블랙 먼데이 이후 뚜렷한 우상향 추세다. 멕시코(-0.2%)와 인도네시아(-0.5%), 영국(-2.5%), 인도(-2.9%) 등은 코스피와 견주면 하락폭은 작은 편이다.
미국 중심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상징되는 미 대선의 후폭풍은 향후 우리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우리 증시는) 상대적인 언더퍼폼(낮은 수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부양·압박 순서, 중국의 대응 부양책 등이 증시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