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엔 ‘남초 커뮤’ 역할 톡톡

젊은 남성층 페미니즘 등에 반감
막내아들 조언으로 ‘이대남’ 공략
당선 후 온라인선 여혐 표현 급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대선 승리 배경에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온라인 커뮤니티)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미니즘 등에 대한 반발 정서와 이에 맞물린 성별 투표의 쏠림 경향, 상대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이 같은 분석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에게 매노스피어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한 주인공이 18세 막내아들 배런(사진)이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남성계’로도 번역되는 매노스피어는 보통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지고 남성성과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둔 온라인 커뮤니티를 아우르지만, 정확한 범위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매노스피어의 또 다른 대표 키워드는 종합격투기 단체 UFC로, 이들은 폭력성과 남성 중심 문화에 열광한다. WSJ는 트럼프 당선인이 매노스피어의 세계와 인연을 맺은 결정적 장면으로 지난 8월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애딘 로스의 라이브 방송 출연을 지목했다. 당시 90분간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내가 아는 것은 아들이 ‘아버지는 이 인터뷰가 얼마나 큰일인지 몰라요’라고 말해줬다는 것뿐”이라며 진행자 로스를 향해 “아들 배런이 당신의 열렬한 팬인데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로건 폴 등 다른 유튜버들의 방송에도 출연해 매노스피어와의 접점을 늘려갔고, 이들은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이처럼 매노스피어를 결집시킨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온라인에서 여성을 향한 괴롭힘과 학대, 혐오 표현이 급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지난 5일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엑스(X·옛 트위터)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등 언급은 4600% 늘었다. 이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은 나의 선택’을 조롱하거나, 주방을 언급해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