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앞둔 육아휴직자에 ‘책상 없다’ 통보…직장 내 출산·육아 갑질 여전

“이러니 애 안 낳는다고 하죠”…직장서 ‘육아 불이익’ 여전

“육아휴직 복직을 이틀 앞두고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사무실에 제 책상을 마련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복직한 공간에는 책상이나 컴퓨터 등 기본적인 업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어요.”

 

직장갑질119는 출산·육아와 관련한 직장 내 갑질 실태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다룬 보고서 ‘임신·출산·육아가 가능한 일터를 위한 제언’을 10일 발간했다.

 

이는 저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인해 직장 내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부당 대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0.72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는 보고서에서 “한국 사회가 여성의 노동권과 모부성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왔으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여전히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제보된 갑질 사례를 바탕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접수된 임신·출산·육아 관련 갑질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41건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불이익의 유형(중복 집계)은 ‘직장 내 괴롭힘’이 63.4%(26건)로 가장 많았으며, ‘부당 평가·인사 발령’(31.7%·13건), ‘단축 근무 거부’(24.3%·10건), ‘해고·권고사직’(12.2%·5건), ‘연차 사용 불허’(12.2%·5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공개 모집을 통해 확보한 8명의 사례자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기본적인 제도조차 사용이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사용하려 하자 부서장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휴가 사용을 만류했다”며, “심지어 관련 없는 업무를 지적하거나, 단체 대화방에서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모부성 권리 제도 개선과 저출생 문제 해소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전체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성평등 관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제언으로 ▲노동시간 단축 및 무급 노동 철폐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및 육아휴직 급여 인상 ▲사용자 책임 강화 및 소극 행정 개선 ▲소규모 사업장 실태 파악 등을 제시했다.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특별위원회 위원장 권호현 변호사는 “한국의 육아휴직 제도 자체는 훌륭한 편이지만, 여전히 만연한 무급 노동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육아 관련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동시에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