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무면허 운전 중 8중 추돌 사고를 낸 20대 여성 운전자 A씨가 사고 당시 복용한 약물이 ‘정신과 치료제’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약물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11일 오전 “A씨가 복용한 약물 감정 결과가 지난주에 나왔으며, 정신과 치료제로 확인됐다”고 밝히며 “A씨의 복용 경위와 치료제가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 도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 차량 6대와 오토바이 1대를 잇달아 들이받으며 8중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A씨는 즉각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사고 전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A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으며, 검사 결과 신경안정제 성분이 검출돼 그의 진술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사고 이후 경찰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혐의로 구속해 지난 7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7일 오전 검찰 송치 과정에서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했다. 이때 취재진이 “면허 없이 왜 운전했는가?”, “피해자들에게 할 말은 없는가?”, “사고 당시 도주하려 한 것인가?”, “신경안정제를 의사에게 처방받은 것인가?” 등 질문을 쏟아냈으나 A씨는 모든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A씨가 무면허 상태로 운전한 사고는 2일 오후 1시 39분경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입구 사거리 테헤란로에서 발생했다. 사고로 인해 총 7대의 자동차와 1대의 오토바이가 파손되었고, 운전자와 동승자 등 9명이 경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A씨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차 박았어. 어떡해 엄마?”라고 울먹이며 말한 통화 녹음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어머니가 “건드리지 말고 시동을 꺼”라고 지시했으나, A씨는 “시동 끄는 법을 모르겠다. 사람을 쳤다. 어떡하지?”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A씨가 복용한 약물 영향으로 인한 운전 능력 저하와 사고 유발 가능성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