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SSG의 간판타자이자 역대 최다 홈런 1위(495개)의 최정(37)을 제외하면 팀 전력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는 S급 자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정은 FA 시장이 개막한 첫 날인 지난 6일 원 소속팀인 SSG와 4년 110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잔류했다.
최대어가 빠르게 주저앉았음에도 FA 시장은 개장 초반부터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그 시작은 한화였다. 지난 7일 KT 출신 유격수 심우준(29)을 4년 최대 50억원에 붙잡은 데 이어 이튿날인 8일엔 KT 출신의 사이드암 선발 요원 엄상백(28)을 4년 최대 78억원에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준척급 선수들에게 한화가 이틀간 128억을 쏟아 붓자 ‘FA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내부 FA 2명을 잃은 KT가 3년 20억원의 남은 조건을 포기하고 옵트아웃해 다시 FA 자격을 얻은 두산 출신 3루수 허경민(34)을 4년 최대 40억원에 영입했다. 롯데는 75억원(김원중 4년 54억원, 구승민 2+2년 21억원)을 들여 내부 FA 집단속에 성공했다.
FA 시장의 시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가는 가운데, 이제 시장에는 13명의 선수가 남았다. 남은 FA 자원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로는 김원중과 ‘불펜 최대어’로 거론됐던 장현식(29)이 꼽힌다. 김원중이 일찌감치 원 소속팀인 롯데와의 ‘동행’을 이어나가면서 장현식의 주가는 더욱 오르는 분위기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장현식은 2020년 KIA로 트레이드된 뒤 선수생활의 전환점을 맞았다. 2021년 1승5패 1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고, 홀드 부문 1위에 오르며 정상급 불펜투수로 도약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장점으로 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 올 시즌에도 무려 75경기에 등판해 75.1이닝을 소화하며 5승4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전체 일정(144경기)의 절반 이상 등판한 횟수에서 볼 수 있듯,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 팀을 위해 공을 던질 수 있는 ‘전천후 마당쇠’ 유형의 불펜투수로 필승계투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구미가 당기는 카드다. 2024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모두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KIA의 통산 12번째 우승에 힘을 보탰다.
최소 4팀이 영입전에 뛰어들어 경합을 펼치면서 장현식의 몸값이 4년 50억원 이상으로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IA도 장현식을 눌러 앉히기 위해 오버 페이가 아닌 선에서 최대치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장현식의 선택만 남은 상황. 과연 장현식은 2025시즌 어느 팀 소속으로 마운드에 오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