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제어 정상작동, 배터리제어시스템(BMS) 정상작동, 충전제어모듈 고장….’
지난 8일 경북 김천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
전기차에 전선을 연결하고 진단을 시작하자 한국자동차진단시스템(KADIS) 모니터에 검사 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이런 메시지가 주르륵 쏟아졌다. 배터리의 경우 100개 이상 들어 있는 셀 각각의 전압까지 측정됐다. 전기차의 모든 시스템을 진단하고 결과를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3분. 이어 전기차가 고화질의 하부 스캐너를 통과해 하부 정밀진단을 받고, 제자리에서 달리며 배터리 부하검사를 받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독자 개발한 KADIS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에 설치된 각종 전자장치와 배터리 상태를 거의 완벽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부터 정부가 제조사 대신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검증하는 인증제를 도입하며 공단이 바빠졌다. 정부를 대신해 인증 검사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공단이 국내 유일의 교통안전 종합 전문기관이어서다. 이날도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에서 이를 위한 준비가 한창인 모습이 취재진에 공개됐다.
공단은 이 밖에도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8월 건립된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는 다양한 차량을 검사할 수 있는 연구용 장비 11종과 교육용 장비 41종을 갖췄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 자동차 주행 환경을 만들어 자율주행차의 첨단안전장치(ADAS)를 검사할 수 있는 ‘X로드 커브’도 이목을 끌었다. 이 장비를 이용해 가상의 도로를 달리다가 전방의 대형 트럭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속도를 유지하자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발동하고 바퀴를 굴려주던 장치와 마찰력이 발생하며 순식간에 차량이 1m 이상 뒤로 튕겨 나갔다.
이호상 공단 첨단연구개발처장은 “이러한 검사 장비를 갖춘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독일밖에 없다”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로 이탈방지 보조시스템(LKAS) 등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안전운전을 위한 체험 위주의 교육 시설도 갖추고 있다.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고령운전자의 인지·조작 운전능력 저하를 체험하기 위해 약 20㎏의 무거운 체험복을 착용하고 급제동을 시도하자 가속페달에서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는 행동이 굼떠지며 제동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교육도 있었다. 두 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를 계속 당겨 작동시키자 확실하게 제동이 됐다.
이 밖에 공단은 드론 자격시험을 보고 전문교관을 양성하는 김천 드론 자격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정용식 공단 이사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365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스마트 교통안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