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시장에서 싼타페와 투싼의 인기 덕분에 현대차의 실적이 선방중이다. 지난 한해동안 기아차와 합쳐 미국 시장에서만 165만대가 팔렸다. 하지만 내년부터 트럼프 체제가 다시 도입되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한국 자동차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42조 928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5% 감소한 3조580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제산업계의 사정을 고려하면 선방한 규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 걱정스런 이벤트다. 먼저 보편관세가 문제다. 트럼프는 후보 당시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관세 10~20%, 중국 수입품에는 60%를 관세로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709억 달러(약 99조원)고, 북미 지역 수출액은 370억달러(약 51조6000억원)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를 하나도 내지 않았는데, 10%만 부과돼도 부담이 조 단위로 불어난다.
수출이 아닌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걱정이다. 현대차는 76억달러, 우리 돈으로 10조6000억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를 조성했다. 메타플랜트는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으로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를 생산한다. 내년에 출시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오닉9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인 EREV 등도 메타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메타플랜트가 제대로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폐지될 위기에 놓여서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법이다. 그동안 현지 공장인 메타플랜트에서 만드는 전기차는 IRA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시장에서 판매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런 기대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줄곧 IRA 폐지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완전 폐지가 아니더라도 행정명령을 통해 보조금이나 세액공제액을 축소하거나, 보조금 지급 기준을 까다롭게 해 지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현대차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이 값비싼 돈을 들여 미국에 공장을 지었더니 이제 와서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억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국이 아닌 해외에 공장을 자꾸 지으면 그만큼 수출이 줄 수밖에 없고, 기업은 달러를 벌어도 자국에 가져오지 않게 된다. 환율은 치솟고 물가는 더 오르게 된다. 현재 미국 증시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환호 중인데, 우리 증시는 외국인들이 자꾸 빠져나가 박스권에 빠져있는 이유 중 하나다.